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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수용소로, 집으로…각국 '우한 철수'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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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국가 중 네번째로 전세기 띄워 우한 교민들 철수
검역 후 의심환자는 병원…무증상자는 잠복기 14일 격리
일본 제외하면 모두 해당 방침 따라 국가가 교민 관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 머물고 있는 교민과 유학생 등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 교민들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우여곡절 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 거주 교민들이 31일 입국했다. 일각에서는 전세계 국가 중 네 번째 이뤄진 우한 교민 철수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 탓에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는 과연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부적절하게 대처했을까. 우리보다 앞서 자국민을 이송한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해 각국 철수 사례를 비교해봤다.

우리 교민 368명은 이날 오전 8시쯤 전세기로 김포국제공항(이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입국까지 검역은 크게 세 차례 이뤄졌다. 먼저 우한 현지에서 한국 정부와 중국 당국의 검역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증상을 보인 교민 1명은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기내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승무원, 정부 신속대응팀 등도 모두 방호복을 착용했다.

교민들은 김포공항에 도착해서도 한번 더 발열 체크 등 검역을 통과해야 했다. 여기에서 발열 증세가 나타난 의심환자 18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증상이 없는 교민 350명은 각기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200명,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150명으로 나뉘어 '무정차' 이동해 입소를 마쳤다. 교민들은 바이러스 잠복기인 14일 간 1인 1실에서 생활하다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퇴소할 예정이다.

이들 시설은 모두 국가에 소속된 곳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한 교민들은 2주 동안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관리 아래 생활하게 된다.

가장 먼저 자국민을 이송한 미국 역시 국가에서 이들을 관리한다.

29일 새벽 200여명의 미국인들은 전세기를 타고 우한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테드 스티븐스 앵커리지 국제공항에서 격리수용 후 의료진의 검사를 받았다. 최종 도착지인 캘리포니아 마치 공군기지에 도착해서도 한 차례 검사를 받고 임시 수용됐다.

다음 타자인 일본은 잠복기 기간이라도 무증상자에 대해서는 격리 조치가 없다.

우한 내 일본인들은 29일 1차 전세기로 206명이 귀국했고, 2차에 210명, 3차에 149명이 탑승해 총 565명이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을 마쳤다.

이들은 기내에서 건강 질문지를 받아 답을 기입하고, 함께 탑승한 의사의 확인을 받았다. 여기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되면 일본 도착까지 기내 별도 구역에서 간이 격리를 했다.

증상이 나타난 의심환자는 바로 병원에 입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도쿄 주변 거주자는 자택으로, 지방 거주자는 근교 숙박시설로 향했다. 이중 2명은 입국 당시 발열 증상을 보이지 않아 호텔에 머물렀지만 바이러스 검사 결과 감염이 확인돼 병원에 입원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당시 일본 방송에서는 한국 정부 방침을 사례로 소개하며 "잠복 기간 중에도 감염 가능성이 있고,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면 이대로 귀가시켜도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 이상적으로는 해외와 같이 국가 시설에서 14일간 생활하고, 매일 검사해서 조금이라도 증상이 나오면 의료기관에서 검사 받는 게 옳다고 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이밖의 국가들은 의료진 검역을 거쳐 의심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남은 이들은 2주 잠복기간 동안 격리시설에 수용한다. 일본에 이어 전세기를 띄운 싱가포르, 우리에 이어 자국민을 실어 나른 프랑스, 영국 등이 모두 이 방식을 택했다.

아직 전세기를 못 띄운 호주는 우한 거주 자국민들을 14일 간 본토에서 2600㎞ 떨어진 크리스마스섬에 격리할 예정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이 섬은 약 5000명 규모의 이민자 및 난민 수용소로 이용됐으나 열악한 인권 수준으로 폐쇄된 바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들이 검역을 통해 의심환자를 분류하고, 남은 입국자들은 14일 간 국가 관리 하에 격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 방침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서둘러 전세기로 자국민을 이송하려 하지만 중국 정부와의 협의는 그리 녹록치 않다. 우리 정부도 당초 계획했던 2대 전세기를 중국 측 요구로 인해 1대로 줄여야 했고, 이륙 날짜까지 하루 미뤄져 30일 밤 우한으로 향했다.

탑승 시간 역시 중국이 원하는 새벽 시간대에 우한에서 교민들을 태워 출발했다. 프랑스, 영국 등은 중국 정부의 이륙 허가를 받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전세기 허가 승인은 국가 이미지 문제와도 결부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국의 대외적인 위신이라고 할까. 자기들이 통제할 수 있는 전염병인데 그걸 각국들이 너무 부산을 떠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외교적 느낌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인만큼 격리시설 지정 등 다소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외교 차원에서의 자국민 보호와 감염병 확산 방지 모두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보다 대응이 늦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규모의 차이가 있다. 우리는 모두 합쳐 700명을 데려온다. 정부로서는 최대한 외교력과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정부 2차 전세기는 중국의 운항 허가를 받아 이날 오후 8시 45분쯤 김포공항에서 추가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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