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네 번째 확진자는 귀국 다음날 몸살 기운이 생겨 집 근처 병원을 두 번이나 찾았지만 모두 귀가조치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사례정의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처음 병원을 찾았을 당시의 네 번째 확진자의 상태는 귀가 대상이다.
◇ 몸살에 병원 두 번이나 갔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귀국한 네 번째 확진자는 다음날 몸살기운이 생겨 거주지인 경기도 평택의 365연합의원을 방문했다.
병원 측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환자의 우한시 방문 기록을 확인했는데, 격리하지는 않았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례정의 기준에 따르면 환자가 우한시를 다녀온 지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을 모두 보여야 격리할 수 있는데, 네 번째 확진자는 열도 기침도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단순 몸살환자로 보고 환자를 귀가시켰고, 보건소에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네 번째 확진자는 자택에서만 머물렀는데, 25일 들어 발열과 근육통이 생겨 재차 365연합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환자는 발열만 보였을 뿐, 호흡기 증상이 없어 격리되지 않고 다시 귀가했다.
다만, 병원은 우한시를 다녀온 환자가 열이 있다는 사실을 관할 보건소에 통보했고, 보건소는 네 번째 환자를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했다.
능동감시 대상자가 되면 보건소가 매일 전화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증세가 심각해졌을 때의 행동요령과 외출 자제 등의 예방 수칙을 안내하게 된다.
네 번째 환자는 다음날인 26일 근육통이 더 심해져서 결국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폐렴을 진단받았다. 이날 바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돼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28일 해당 의료기관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아쉽고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한시를 다녀온 환자가 첫번째로 내원했을 때 감염 위험이 있는 현지 시장이나 의료기관을 찾았는지, 몸살 기운 외에 다른 증상은 어떤지 등을 더 적극적으로 물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다.
다만, 정 본부장은 "우한 방문력이 확인됐더라도 당시 콧물과 경미한 몸살기운만 있었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며 "그것만 가지고 의료기관의 과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의료진은 환자의 우한 방문력과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원칙대로 확인했고,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 바뀐 사례정의도 격리 불가…中 귀국자 병원 가기 전 보건소 문의해야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내 확산이 가속화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늘어나며 28일부로 강화된 사례정의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우한시를 다녀온 뒤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 모두가 나타나야 유증상자로 분류해 격리했지만, 이제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을 방문한지 14일 안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중 하나만 나타나도 의사환자로 분류돼 격리된다.
문제는 이같은 강화된 사례정의를 적용해도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발열도 호흡기 증상도 없었던 네 번째 확진자는 여전히 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그렇지만, 의료진이 우한시 방문력이 있는 환자의 진료 내용을 보건소에 통보하면 조사관이 판단해 환자를 능동감시 등 관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이미 경미한 증상이라도 신고가 들어와 저희가 모니터링 하고 있는 분들이 100여 명 정도 있다"고 밝혔다.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라도 의료진이 통보하면 능동감시에 포함될 수 있지만, 통보하지 않으면 지역사회에 노출될 우려가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질본은 국민들에게 중국에서 입국한 지 14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근처 의료기관을 찾기보다는 먼저 관할 보건소나, 지역 콜센터(지역번호+120),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중국에서 귀국한 사람이 섣불리 일반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그만큼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므로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반드시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