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불리는 '우한 폐렴'에 따른 공포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들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특히 맞벌이 부모를 중심으로 고민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불안 기류 속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평택시는 관내 모든 어린이집에 휴원령을 내렸다. 정부도 전국 어린이집에 특별 관리 수칙을 전달해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 "걱정돼 미치겠다"…맞벌이 부모들 발 '동동'
30만 명 이상 가입한 경기도 고양시 엄마들의 맘카페에는 28일 우한폐렴 관련 게시물이 수백 개 잇따르고 있다. 세 번째 확진자가 일산의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는 "너무 불안하다"는 글들이 폭증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어린이집 등원 여부를 서로 물으며 "많은 아이들이 설 연휴 전국 각지로 흩어져 수많은 사람들에 노출됐을 테니 등원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 "잠복기까지 감안하면 최소 한 두 달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특히 부부 모두 시간을 빼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어떡하냐"며 그야말로 발을 동동 굴렀다.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경기 평택시와 인접한 안성시 지역 맘카페에도 "어린이집에 맞벌이 가정 아기들만 갈 것 같다", "워킹맘인데 걱정돼 미치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세 번째 확진자는 강남에도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 지역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맞벌이 상황에서 4살짜리 아이를 오전에는 어린이집, 오후에는 중국 동포 돌보미에게 맡겨 온 30대 A씨는 "아직 국내 감염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조그마한 가능성만 있더라도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이 없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안타깝지만, 퇴근 때까지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중국 동포인 점도 마음을 힘들게 한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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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는 어린이집 휴원령, 강남구·고양시는 '유보'이 같은 우려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어린이집 휴원을 검토했지만, 결과는 서로 달랐다. 평택시는 어린이집 423곳에 오는 31일까지 임시 휴원령을 내리되, 원하는 이들은 등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와 경기 고양시는 휴원령을 유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며 일단은 이날 전달받은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의심 증상으로 상담, 진료·치료 등을 위해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경우 진단서 등만 제출하면 확진 여부와 관계 없이 출석으로 인정해 보육지원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필요에 따라 등원을 해도, 안 해도 된다'는 실질적 결정 내용은 비슷한 셈인데, 지자체별로 휴원령을 둘러싸고 판단이 엇갈리면서 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는 위기 경보 단계가 현재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한 차례 더 격상될 경우 매뉴얼에 따라 일관된 휴원 지침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전국 지자체에 ▲외부인 출입금지 ▲등원시 필수 발열 확인 ▲외부 현장학습 자제 ▲중국 방문 아동의 경우 입국 후 14일 동안 등원 자제 요청 등의 내용을 담은 '어린이집 대응 요령'을 전파했다.
한편 혼란스러운 상황 속 이재준 고양시장은 "아는 게 병"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 공유를 비판하는 한편, 정부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가 부모들의 불안을 헤아리지 못한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아는 게 병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이며, 충분히 치료 가능한 나라다. 질병본부와 자치단체는 최선을 다 하고 있음을 믿어 달라"며 "선정적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설, 뉴스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맘카페에는 이 글이 공유되면서 "확진환자가 다녀간 지역의 시장이 할 말인가", "다른 곳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는 게 병'이라는 표현은 불편하다"라는 비판적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