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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작가, 울게 만든 '매절계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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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0억대 수익에도 원작자 수익은 2천만원 채 안돼
출간 후 2차 저작물 모두 출판사에 양도한 '매절계약'
"계약 당시 신인작가…위험 분담해 부당조항 아냐"
매절계약 '별도특약'으로 개정한 관련법안은 계류 중
백 작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볼 것" 심경 밝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인기동화 '구름빵'의 원작자, 백희나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패소했다. '구름빵'은 출간 이후 해외수출을 비롯해 뮤지컬·애니메이션 등으로도 만들어져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백 작가는 계약 당시 2차 수익 양도조항으로 인해 부가수익을 거의 얻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홍승면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백 작가가 출판사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DPS)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한솔교육은 지난 2004년 '구름빵'을 출간했고 한솔수북은 지난 2013년 모회사 한솔교육의 출판사업 부문을 분할 설립한 계열사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DPS는 한솔교육 측과 계약을 통해 '구름빵'의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했다.

동화 '구름빵'은 출간 이후 8개국으로 수출되고 50만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약 4400억원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백 작가가 출판사와 체결한 계약에 들어간 소위 '매절계약' 조항이 백 작가의 발목을 잡았다. '매절계약'은 출판사가 저작권에 대한 일정 금액을 원작자에게 지급하고 향후 저작물 이용 관련 수익을 모두 매입하는 것으로 해당계약을 맺을 시 원작자는 추가수익이 발생해도 이를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시 신인작가로 입지가 좁았던 백 작가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지적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2차 저작물 양도조항이 포함된 출판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백 작가는 한 차례 지원금을 포함해 총 1850만원을 지급받았을 뿐 '구름빵'으로 인한 부가수익을 거의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재판부는 1심과 같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창작자의 일체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취지의 계약조항은 불공정해 무효"라는 백 작가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출판사도 작품의 위험부담을 일정 떠안았다며 이를 일방적 불공정거래 조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지난 2003년 백 작가가 신인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출판사가) 저작물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고 한 측면도 있었다"며 "백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작품의 포괄적 저작권과 별개로 동화 속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이 독립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백 작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림책의 경우 어문 저작물·미술 저작물·캐릭터 저작물이 결합한 것인데 계약서 문언에 따르면 출판사는 이들을 포함한 저작물 일체를 양도·양수하기로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림책을 원(原)저작물로 하여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때는 원저작물의 캐릭터 사용 및 변형을 수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캐릭터 저작권이 유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애니메이션 등 '구름빵'의 2차 창작과정에서 일부 캐릭터 설정과 배경이 더해지는 등 '동일성 유지권'(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의 내용·형식을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이 침해됐다는 백 작가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개변의 정도가 커 실질적 유사성의 범주를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 및 추가된 이야기 부분은 이미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 돼 버린 것"이라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양도된 이상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판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법은 창작자의 희망을 저버리고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재인가 보다"라고 암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보겠다"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백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개발 대가를 지급받았음을 인정하고 있고 해당계약은 쌍방의 이행이 완료돼 종료됐다고 보인다"며 출판사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구름빵'의 피해사례가 알려지면서 출판업계에서는 불공정 계약관행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양도 여부를 원저작자가 별도 특약을 통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약관을 개정했다.

작가의 피땀이 들어간 작품이 성공을 거둬도 출판사가 그 결실을 독차지하는 제2의 '구름빵 사태'를 막기 위한 입법 발의도 이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수익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법안에는 △계약내용이 불명확할 경우 저작권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할 것 △장래 창작물 등에 대한 포괄적 양도 금지 △저작권 계약으로 창작자가 받은 대가가 저작물 이용자가 얻은 수익에 비해 정당하지 않은 경우 저작권자가 정당한 보상 요구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노 의원의 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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