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9년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 단위 : 톤. (자료=주영민 기자)
인천 연평어장의 올해 꽃게 어획량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아직 정확한 꽃게 어획량 부진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 추세라면 12년 뒤인 오는 2031년 꽃게 1㎏당 생산가격은 5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 최근 10년새 꽃게 어획량 ‘4분의1 토막’…생산단가는 3.92배 급증
21일 인천시 옹진군과 옹진수협 등에 따르면 올해 봄어기(4∼6월)와 가을어기(9∼11월)를 합친 연평어장의 총 꽃게 어획량은 60만9000㎏으로 지난해 어획량 100만9000㎏보다 32만5000㎏(32%)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연평어장의 어민 수입인 어획고도 121억원으로 지난해 167억원보다 46억원(28.3%)이 감소했다.
꽃게 1㎏당 생산가격도 지난해 1만6600원에서 올해 1만9700원으로 2만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연평어장 어획량이 100만㎏ 이하로 떨어진 건 2013년 97만2000㎏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어획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 242만7000㎏을 기록했던 연평어장 어획량은 2012년 189만1000㎏으로 2년 만에 200만㎏선이 무너졌다.
이후 증감을 오가며 2017년 154만6000㎏으로 어획량이 늘었지만 이후 2년 연속 해마다 30% 이상 줄면서 올해 60만9000㎏를 기록했다.
단순히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과 올해 어획량만 놓고 비교하면 10년새 어획량이 25.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 꽃게 1㎏당 생산가격은 2010년 5026원에서 올해 1만9741원으로 3.9배 올랐다.
이 추세라면 연평어장 꽃게 생산가격은 2031년 5만원선을 넘을 전망이다.
올해 4월부터 연평어장을 포함한 서해5도 어장이 확대되고 55년 만에 처음으로 조업시간도 1시간가량 늘렸지만 어획량 증가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평도 앞 바다에서 보이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사진=PD수첩 제공)
◇ 줄어드는 꽃게…원인은 ‘아직’연평어장은 2000년대 들어 서해 지역 꽃게 대표 산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어획량이 계속 줄면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와 어민들은 꽃게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어민들은 해양쓰레기로 서해가 심하게 오염돼 꽃게 어획량이 줄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매해 옹진군 앞바다에서 해저쓰레기를 수거했는데 2017년 171톤, 지난해 207톤을 수거하는 등 엄청난 양의 해저쓰레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해군도 매년 꽃게 금어기인 7∼8월 한 달간 연평어장 해저폐기물 수거사업을 벌여 평균 98톤을 수거했다. 특히 해저폐기물 수거량이 늘면서 2017년부터는 3500톤급 구조함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수거된 해저쓰레기 대부분은 폐그물이다. 그러나 누가, 언제, 어디서 이 어구를 버렸고 생산지가 어딘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누가 이 많은 양의 해저쓰레기를 바다에 버렸는지에 대해서는 어민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대부분의 어민이 최근에도 기승을 부리는 불법조업 중국어선에서 나온 폐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어선에서만 버린 폐그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어민들 스스로 자정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어린 꽃게나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상품성없는 꽃게까지 우리 어민들이 잡아들이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꽃게 어획과 관련해 조업이 허용된 어구는 닻자망(아랫부분에 닻을 달아 고정하는 걸그물), 연안복합(가까운 바다에서 쓸 수 있는 소형 그물), 통발(가는 댓조각이나 싸리를 엮어서 통같이 만든 고기잡이 기구), 안강망(큰 주머니 모양으로 된 그물) 등 크게 4가지다.
그러나 실제 꽃게를 잡을 수 있는 어구는 이들 말고도 다양하다. 또 각 어구의 표준규격은 있지만 성체 꽃게를 잡기 위한 그물의 규격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등의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이외에도 수온 변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 변화 등도 꽃게 어획 감소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연평어장의 꽃게 감소의 원인으로 여러 주장이 제기되지만 특정 원인의 비중이 높다고 말할 수도, 그렇다고 제기된 주장들이 모두 맞다고 말할 수도 없다”며 “당국의 관리 소홀이나 어민들의 비도덕성 등으로 원인을 찾기보다는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 수거(사진 제공=해양수산부)
◇ 어구실명제 도입·남북 공동 해양생태계 조사 등 대안원인 분석만큼 해결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종합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지만 현재 관찰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단계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안은 ‘어구실명제 도입’이다.
매년 수거되는 해저쓰레기의 대부분이 출처 불명의 폐그물인만큼 적어도 버려진 어구가 알 수 있게 각 어구의 제조사와 사용자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식을 넣자는 것이다. 출·입항 과정서부터 어떤 어구를 적재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해저쓰레기는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경계선이 없는 만큼 남북이 함께 연평어장 인근 해양생태계를 조사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매년 수십톤씩 수거되는 해저쓰레기와 관계없이 어획량이 크게 늘거나 줄어드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평도 인근 해역은 남한강과 임진강뿐만 아니라 북한 황해남도 예성강 지류가 모이는 곳이다. 북한과 불과 수㎞ 떨어진 연평어장의 생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완벽한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장태헌 서해평화수역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접경해역은 꽃게뿐만 아니라 해조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고 그 양도 상당해 연구가치가 높다”며 “남북 공동 생태계 조사를 통해 서해 수산자원에 대한 중·장기 대책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