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검토하던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민주당의 단체장 총선 불출마 방침'과 용산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국회의원 출마의사를 접으면서 용산지역구가 무주공산이 됐다.
성장현 구청장은 서울지역에서는 드물게 3선 구청장으로서 주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채 출마채비를 서둘러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사진=용산구 제공)
16일은 성장현 구청장이 지금껏 맡아오던 용산구청장직을 던지고 총선출마를 하려던 날이었다.
민주당과 용산구청 주변에서는 성장현 구청장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불출마하는 방향으로 거취가 정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장정호 용산구의회 부의장 등 민주당 소속 구의원 6명이 똘똘 뭉쳐 반대하고 나서, 성장현 구청장이 총선을 포기하고 구청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것.
장 부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16일 오전 성장현 구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구청장직을 지키고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장정호 부의장은 CBS와 가진 통화에서 "오늘 (구청장님이)퇴임식을 한다고 해서, 용산의 중단없는 발전과 보궐선거로 인한 행정력 낭비, 의원들간의 갈등까지 우려된다는 뜻을 전달하며 총선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 구청장이 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리를 뜨자 의원들은 오후에 구청장실로 찾아가 불출마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임기가 많이 남은 구청장이 출마하고 차기 청장선거에서 의원들끼리 경쟁을 하게되면 결국 주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농성을 벌이면서 성 구청장을 집무실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출마의사 번복을 요청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구청장에게도 판단할 선택권이 있는데 농성으로 막는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자 "구민들을 위해 이게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날 오후 언론에 '21대 총선 불출마 입장문'을 배포하고 구청장직 이임식을 전격 취소했다.
그는 "구청장으로서 한계를 벗어나 경부선 국철 지하화, 국제업무지구 개발, 용산공원 조성 같은 지역의 오랜 숙제를 제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당이 우선이다. 당의 단합을 위해 대승적으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중앙무대로의 진출을 꿈꿔왔던 성장현 청장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었지만 불가항력적 측면도 있었다.
민주당은 총선 후보자 공천에 앞서 '현역 지자체장은 총선에 나서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고, 성 구청장으로서도 3선청장에 당선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마당에 구청장직을 던지고 총선에 나서는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성 구청장이 청장직을 관두게 되면 당장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하는데 선거에 드는 비용만 10억원이라는게 선관위 설명이고, 3선 구청장으로서 많은 경륜을 갖췄다지만 1955년생으로 '총선에 나서기엔 너무 늦은 나이 아니냐'는 지적도 성 구청장의 발목을 잡는 변수였다.
용산지역에서 인지도와 지지도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던 출마예정자가 불출마 쪽으로 선회하면서 여당 내에는 이 지역 출마를 노리던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됐다.
그러나 성 구청장의 공백을 보고 다른 신인이나 전직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새로운 관심지역이자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