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 (사진=자료사진)
올해 부산에서 몰카 촬영·동료 성추행 등 성비위로 현직경찰관 4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공무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성비위 사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경찰 내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는 징계 수위가 오락가락하고 있어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 현직 경찰관 4명이 성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해임 처분을, 나머지는 각각 정직 1월과 3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안별로 살펴보면, 부산 모 파출소 소속 A 경장은 지난해 10월 주점에서 만난 여성과 모텔에 투숙했다가 휴대전화로 여성과의 신체접촉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 경장은 이후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월 A 경장에게 내려진 경찰 내부 징계는 정직 1월에 불과했다.
B 경감은 지난 2월 노래방에서 동석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여러차례 접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1심에서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지난 8월 내부 징계 수위를 정직 3월로 결정했다.
반면, 지난 4월 직무교육 기간에 동료 여경 어깨에 손을 올린 혐의로 적발된 C 경사와, 지난 5월 만취 상태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 여성을 훔쳐본 혐의를 받은 D 경위에게는 각각 지난 7월과 9월에 해임 처분을 내렸다.
경찰 내부에서 마저 각 사건이 해임과 정직으로 갈린 기준이 모호하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이 성폭력처벌법상 모든 성범죄 유형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정직도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경찰직을 유지할 수 없는 해임이나 파면의 징계 수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어깨에 손을 올린 직원에게 해임 처분을 내리면서 몰카 촬영이나 노래방에 동석한 여성을 추행한 경찰관에는 정직 1월과 3월을 내린 징계위 결정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성범죄에 대해 법적 기준을 강화한 취지에 비춰볼 때, 부산 경찰이 내린 정직 처분은 '솜방망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부산 경찰이 연루된 성비위 사건 중 해임· 파면과 같은 직위를 잃는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성추행·성희롱 등 성비위로 부산 경찰관 38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 중 해임·파면 등으로 직위를 잃어버리는 '배제 징계'를 받은 사례는 6명에 불과하다.
강등 9명, 정직 6명, 감봉 10명, 견책 7명 등으로 대부분 직위를 유지하는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성비위 관련 징계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A 경장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당연 퇴직 규정이었던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건이라 바뀐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고, B 경감은 항소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만약 확정판결도 같게 나온다면 그 시점에 당연퇴직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분은 변호사·교수 등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징계위원회 권한으로, 감찰관 등이 구체적 처분을 요구하거나 하면 권한을 침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