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金은 보스다, 내 친구다"…신간 '워닝' 비사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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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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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저사람 쓸어버려' 감탄…金과 합의 절실히 원해, 참모들은 경고"
트럼프 행정부 난맥상 고발한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 신간 흥미진진

(그래픽=김성기 P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인권 문제로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격분한 사실이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신간을 통해 공개됐다.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과 관련,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최대 압박 전략에서 180도 극적인 대반전을 이루며 정상회담 개최 등 유화 정책을 편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 팽배했던 회의론과 좌절감 등 비판적 시각도 고스란히 담겼다.

작년 9월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한 미 정부 고위 관리는 19일(현지시간) 출간한 책 '경고'(Warning)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행정부가 북한에 더 압력을 가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터뜨렸다"며 이 같은 뒷얘기를 전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재무부가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에 분노해 "누가 이랬냐"고 추궁하며 격노를 표했다.

이는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북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 3인에 대해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를 단행한 조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저자는 "나는 다른 당국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 개념을 잃어가는데 대해 개탄했으며 그녀 역시 동의했다"며 "북한은 항상 그랬듯, 새로운 미 행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가짜 올리브 가지를 내밀며 서구 세계를 향해 같은 노래와 춤을 공연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책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돼 김 위원장의 집권과 관련, "아버지가 숨졌을 때 25, 26세밖에 안 된 남성 중에 몇이나 이 터프한 장군들을 장악했겠느냐. 그는 보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을 가리켜 "놀랍다. 그는 고모부를 제거하더니 이 사람을 쓸어버리고 저 사람을 쓸어버린다. 이 녀석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저자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동의로 성사됐으나, 내부에선 이를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최대 압박 전략에 안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노선을 오래 유지하지 않고 최고위 참모들의 경고에도 불구, 김 위원장과의 합의를 이루기를 몹시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즉석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하겠다는 데 동의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저자는 이 날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독트린'이 발현된 날'로 규정하며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관료들을 포함한 참모진들은 "허를 찔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겉으로는 북미정상회담 수락을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비핵화 협상 희망을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돌파구처럼 묘사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우리는 그것을 매우 어리석다고 생각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전임 행정부들이 대북 협상 실패의 덫에 빠져온 상황에서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협상을 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삼아온 북한에 또다시 속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수락하기 불과 수 시간 전,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기자들에게 '정상회담은 말할 것도 없이 북미 관료들 간의 협상도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었다면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북한으로부터 중대한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성'인 미 대통령과 만남 기회를 베풀지 않겠다'는 것이 틸러슨 장관의 시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최대 압박' 대신 '따뜻한 유화정책'이 미국의 대북외교 노선이 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보다는 '연극법'에 더 휩쓸렸다고 평가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성인 정치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억에 남을 쇼로 만들기 위해 '성인식'처럼 준비됐다는 것이다.

케이블 뉴스에 출연한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를 조성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을지 모른다고 바람을 넣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흥분시켰다고 저자는 전했다.

그는 "이 '위대한 협상가'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꽤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이라고 부른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부에서는 다른 행정부들이 실패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북한이 핵폭탄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이나 세부사항에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커넥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너무나도 자신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는 세부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라 '케미'에 관한 것이었다. 놀라울 것도 없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어떠한 의미 있는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실패했으며, 참모들은 '케미'가 '외교'의 대체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받은 것처럼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성공을 다르게 평가했다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난 지 몇 달 뒤 한 유세에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며 친서를 '러브 레터'로 표현했던 일을 거론, "내가 공직에 몸담는 동안 백악관 집무실의 성인 남성이 폭력배 같은 독재자에게 마치 흠모하는 10대 팬처럼 이렇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행정부의 그 어떤 인사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비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저자는 "'의도적 못 본 척하기'가 적성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기술하는 가장 타당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서 위협에 대한 안팎의 경고를 묵살했다며 '골치 아픈 예'로 북한을 꼽았다.

반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친구들에게는 굴욕감을 주는 것 이상의 일을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철회하기 직전까지 갔던 일도 그 예로 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말 북한 비핵화와 IS(이슬람국가) 격퇴 문제 등과 관련, 상원 청문회에서 자신과 상충한 견해를 피력한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에 격노했던 일화에 대한 '비사'도 공개했다.

당시 트윗을 통해 정보 수장들을 공개 조롱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몹시 해고하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이들을 백악관 집무실 책상 앞으로 소집, 정보 수장들이 참회하러 온 것처럼 연출하고 싶어했지만 카메라가 빠지고 난 뒤 그들이 실제 대통령에게 이야기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저자는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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