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70대 외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손녀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A(19) 씨는 지난해 3월 대학교에 입학한 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
A 씨는 재학 당시 성희롱으로 인한 대학생활 부적응 및 취업 준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그해 10월 발생한 일명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접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흉기로 살인', '흉기 잡는 법'을 검색하던 A 양은 자신의 집에 자주 오며 친밀한 외조모(78)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부모가 집을 비워 외조모가 집에 오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자 올해 6월 2일 오후 4시 30분쯤 몰래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흉기 5점과 목장갑 4개 등을 구입해 안방에 숨겼다.
다음 날 오전 0시 30분쯤 자신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외조모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A 씨는 안방에 숨겨둔 목장갑을 낀 채 양손에 흉기 1개씩을 들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외조모를 31차례 찔러 살해했다.
A 씨의 부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집에 돌아왔다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신고 4시간여 만에 경기도 군포의 길거리에서 검거됐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수사기관의 임상심리평가와 법원의 정신감정 결과 조현성 성격장애 등 증상이 의심된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감정 결과와 범행 경위, 진술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 씨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김소영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보살펴주던 외할머니께 감사하고 외할머니를 더욱 존경하며 사랑해야 함에도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외할머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손녀딸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잠들 것으로만 알던 피해자는 그저 손녀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려고 하다가 아무런 연유도 알지 못한 채 신체 주요부위를 흉기로 수십회 찔리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만 피해자의 비통함,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어머니를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잃게 된 유족들이 평생에 걸쳐 가슴 속에 견뎌내야 할 괴로움과 고통,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은 일반인의 법감정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의 경위와 내용, 태양 및 수법, 그로 인한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19세로 비교적 나이가 어린 점, 범행을 대체로 자백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또 대인관계로 인한 소외감 및 고립감,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불편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중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 점도 참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