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터키·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타격을 입지 않은 배경에는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에 이아랑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 등 연구팀이 게재한 '경상수지가 대외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경상수지 개선은 취약성지표를 낮추는 한편 환율변동성을 완화해 대외안정성을 제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경상수지와 대외 취약성의 상관관계를 실증하기 위해 캐나다중앙은행(BoC) 취약성지표를 기준으로 19개 신흥국을 분석했다. 취약성지표는 경상수지 외에 외국인 증권자금, 외환보유액, 재정수지 등 8개 구성지표가 반영된다. 연구팀은 이를 원용해 50(취약성 최소)~100(취약성 최대)으로 파악했다.
이 결과 GDP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1%p 높아지면 취약성지표가 0.4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경상수지만으로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 간 취약성 차이를 20% 정도, 인도와의 차이를 50% 정도 설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경상수지 개선은 장기적으로 실질실효환율을 절상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실질실효환율은 원화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구매력을 갖는지를 보이는 환율이다.
2000년 이후와 2010년 이후의 두 경우의 경상수지 충격에 대한 실질실효환율의 충격반응을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 흑자 누적이 한창 이뤄진 2010년 이후의 경우 실질실효환율의 균형수준 도달 시간이 단축됐다.
2000년 이후 전 기간의 경우 경상수지가 1 표준편차(기간 중 33억 달러)만큼 확대되는 경우, 실질실효환율이 새로운 장기 수준에 도달하는 데 21개월 정도 걸렸다. 반면 2010년 이후의 경우 1 표준편차(30억 달러) 충격 발생 후 실질실효환율이 장기 관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개월로 절반이 줄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취약성지표가 신흥국 중 가장 양호한 편으로 평가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지적으로 발생한 신흥국 금융 불안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돼 환율 급변동을 겪지 않은 데는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진행 중인 경상수지 축소 폭과 속도를 감안할 때 경상수지 둔화로 인해 취약성지표 등 대외안정성이 직접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미 상당한 흑자를 나타낸 국가들의 경상수지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확률이 낮았던 점을 들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추가 확대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흑자규모가 2012~2017년 5000억달러에 육박해 독일, 중국, 일본 다음에 해당하는 데다, GDP 대비 총 35% 수준으로 세계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상수지 뉴스의 충격은 경상수지 발표일 당일 환율에 영향을 미쳐, 일시적으로 환율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통계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은 발표 당일부터 약 이틀간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고, 2012년 이후로 기간을 좁히면 당일 하루에 그쳤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