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의원직 상실 수준의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의 수위가 이날 판결로 다소 낮아지면서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무죄 선고를 통해 얻은 동력으로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표결과 함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를 준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이 대표 '일극(一極) 체제'가 유지되면서, 공직선거법 1심 유죄 선고로 인해 거론되던 '비명계'의 움직임 역시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거법 유죄→위증교사 무죄 '전화위복'?…'자신감' 갖는 민주당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김진성씨에게 어떠한 사실에 관한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거나, 이재명에게 김씨로 하여금 위증을 결의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위증' 혐의는 인정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교사(敎唆)'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무죄 선고에 따라 이 대표는 15일 공직선거법 1심 유죄 선고에 이어 '사법 리스크'가 겹치는 악재(惡材)를 면하게 됐으며,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보다는 위증교사가 중한 죄로 해석되며 형량 또한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선거법 재판 결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는데, 이와 반대로 선거법 위반은 징역형, 위증교사는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인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사건을 보면 통상의 경우 도저히 죄가 되기 어려운 사건을 억지로 기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무리 이 대표를 정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기소라고 하더라도 결국 무죄가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백현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법원이 이 대표의 "국토부 협박" 발언을 유죄로 해석하는 등 향후 재판에서도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위증교사 1심 결과로 인해 당내에서는 별개의 재판부에서 진행되는 선거법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법조인 출신인 다른 민주당 의원은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문진석 의원의 질문에 답한 것뿐인데 그것이 어떻게 유죄가 될 수 있느냐"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9조 3항을 보면 '해당 법에서 정한 처벌 외에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증감법으로 고발되지 않는 이상 해당 발언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줄이은 주요 현안…'일극체제' 유지하며 정부여당 향한 '공세' 강화할 듯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비록 이 대표의 재판은 2·3심 판단이 남았지만, 연말 정국을 앞두고 특검(특별검사)법과 국정조사 등 중요한 정치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민주당은 여기에 더욱 힘을 실으면서 이 대표의 대선 주자 존재감을 강화할 방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로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민주당은 27일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27일까지 국조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내놓은 답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에 특검법 재의표결이 예상되며, 그 뒤로는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기관별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삭감이 줄줄이 이어졌던 예산 정국이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 촉구 집회에도 계속해서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특검법 재의표결 결과와 관계없이 장외집회에 참석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시민단체가 예고하고 준비하는 집회를 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이 대표의 행보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선고가 끝난 뒤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다 속의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느냐"며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합시다, 이렇게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뒤에도 '국민들의 어려움'과 '정치적 공존'에 방점을 두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메시지'를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신의 재판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외교와 조세정책, 한반도 평화 등 민생 관련 메시지를 내는데 주력했다. 그는 "정부의 처참한 외교로 사도광산 추도식이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 추모가 아니라,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축하 행사로 전락했다"며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역사 왜곡,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한국 정부의 굴욕 외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래지향적이고 정상적인 한일관계는 있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IMF(국제통화기금)가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 세입 확충을 해라'라고 권고했다. 대한민국의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적극재정 기조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되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종전을 실현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노벨 평화상 추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동안 관심받던 '비명'계 움직임…위증교사 무죄로 당분간 '수면 아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계기로 가시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비명계'(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은 이번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로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번 당 대표 선출 당시 국민여론조사 30%가 반영됐는데, 당원들이 이 대표를 지지했던 비율과 비슷한 숫자가 나왔다"며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이재명 대표 체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 못 받은 분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이냐"며 "공천을 못 받을 이유가 있었으니까 못 받았을 텐데, 그것을 가지고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든다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되자 당내에서는 비명계 대권잠룡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다른 잠룡들도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이런 비명계 대권 잠룡들을 향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