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에 대한 성찰'과 '자유무역 가치'를 강조하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8월 2일 아베 내각이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 명단, 일명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불붙은 한일 경제 갈등의 원인은 잘못된 과거를 성찰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엔총회는 아베 내각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이후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다자 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본을 겨냥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세계 150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단순히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자유 무역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불과 석 달 전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자유무역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베 총리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국인 이웃나라에 진실된 사과없이 무역을 '무기화'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도 "올해는 한국에 매우 특별한 해"라며 "100년 전 한국 국민은 일본 식민지배에 항거해 3·1독립운동을 일으켰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은 이웃 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를 성찰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를 재차 비판하면서 결국 동아시아 지역 이웃 국가로서 공존해야 할 관계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비판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