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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요양병원 긴박했던 순간들…환자 가족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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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째 환자를 데리고 나와"…긴박했던 당시 상황
2명 사망, 8명 중상 등 49명 인명 피해
경찰·소방당국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 중"

24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입원 환자들이 대피해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불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24일 오전 9시 3분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났다. 연기가 퍼지면서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는 132명. 대부분이 고령의 와병 환자들이어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이불째 환자를 데리고 나오거나 업고 나온 경우가 많았다.

병원 청소노동자인 A씨는 "'펑' 소리가 나고, 연기가 나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며 "꼼짝 못하는 환자들이 있는 병실이라 사무실 직원들이 다 힘을 합쳐 들고 휠체어에 태우고, 업고, 난리도 아니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낙오자 한 사람도 없이 다 빠져나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B(83)씨는 움직이지 못하다가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다급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B씨의 양말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B씨는 "날 데리러 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간호실장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피한 환자들과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들, 병원 직원 등이 병원 주차장 한켠에 모여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을 다른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하기 위해서다. 스무 명이 넘는 노령의 환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휠체어를 탄 환자들은 응급환자분류표를 가슴에 단 채 구급차를 기다렸다.

환자의 가족, 지인 등 보호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50대 여성은 "괜찮다"고 속삭이며 노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가 희끗한 70대 여성은 "언니, 괜찮아"라고 울먹이며 침대에 누운 언니를 끌어안았다. 기다림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선 채로 환자와 김밥을 나눠 먹는 보호자들도 보였다.

80대 어머니가 치매를 앓아 병원에 모셨다는 류모(55)씨는 뉴스를 보고 식은 땀이 흘렀다고 전했다. 류씨는 "아내가 뉴스를 보고 병원에 불이 난 사실을 알았다"며 "병원으로부터 연락은 없고, 병원에 전화해도 불통이었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병원 측과 김포시 보건소가 환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절차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류씨는 "어느 병원으로 옮기는지 안내해준 사람이 없다"며 "(병원이나 김포시로부터) 지원 방안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환자들이 한 시간 가까이 실외에서 대기 중인 것을 두고 "노인들이 연기도 마신 데다 찬 날씨에 밖에 오래 있으면 합병증이 오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70대 노모의 보호자인 C씨는 "김포 쪽 병원이 (자리가) 다 차서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보호자들을 통해 들었다"며 "환자가 사는 곳을 사전에 물어보는 등의 절차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보호자 D씨는 "보건소를 통해 이송된 응급실이 집에서 먼데, 그 지역의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했다"며 "결국 개인적으로 이곳저곳 알아봐서 자리가 있는 병원을 예약했다"고 토로헀다. D씨는 "요양병원은 환자가 장기간 있어야 하는 곳이라 환경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갑작스러워 검토를 못했다"며 "(병원이나 시 차원에서) 요양병원을 연계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을 이송하는 구급차가 다 떠난 뒤에는 환자의 딸이 보건소 현장본부를 찾아와 "수시간 째 아버지가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파악되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포시보건소 측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병원을 배정하는 것이라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사고 처리가 끝나는 대로 치료비 등 비용을 사후에 정산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호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보상 비용 범위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자들이 대체할 요양병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한 병원에 50베드(자리)를 확보했고, 병원을 알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화재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모(90·여)씨, 이모(86·남)씨 등 환자 2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등 4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23일 요양병원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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