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28일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꺼내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치가 한미동맹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군 정찰위성과 경항공모함 건조, 차세대잠수함 도입까지 언급하며 미국으로부터 추가 무기 구입 등으로 해석되는 발언도 내놔 주목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은 이날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가(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에 들어가자 "한일 양국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 우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최근 두 번이나 언급하면서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며 "당초 안보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한다"고 언급하는 등 일본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차장은 일본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한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호국과의 정책적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재가한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캐나다에서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언급하고,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5일(현지시간)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김 차장은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해서 희망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에 대해 실망을 표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외교적 수사(修辭)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대신 "국방력을 강화해 강한 안보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며 군정찰위성과 경항공모함, 차세대잠수함 도입 등을 언급했다.
김 차장은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된다면 우리가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되었다고 마치 한미 동맹관계가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위협 대응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안보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량 강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의 이같은 언급은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동북아 안보협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미국 내 일부 여론을 잠재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용 업적으로 자주 소개하는 대(對) 한국 군사무기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대미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한미동맹 훼손 우려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국내 보수층을 겨냥한 대내용 메시지 성격으로도 읽힌다.
김 차장은 "외교라는 건 공을보고 뛰는게 아니라 공간을 보고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거기에 대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우리 정책을 수립해나가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서 우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미측이 희망하는 동맹국 안보 확대에 우리가 부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발표 다음날인 지난 23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힘은 하드파워고 이것은 군사력인데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역동적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방차원에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차장은 "우리는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고 중국은 30개 이상이나 된다"며 "경항공모함도 필요하다.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독자적인 정보수집 판독 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인공위성과 경항공모함을 얘기했고, 오늘은 거기에 차세대 잠수함 얘기도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된 차세대 잠수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는 북한의 잇달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으로 해상작전능력 제고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디젤 잠수함 대신 잠항능력과 속도가 뛰어난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 북한의 해상 침투를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안이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가 강력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잠수함 도입 필요성까지 언급하면서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 2월 말 하노이회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간 비핵화 실무회담도 지연되는 가운데 북한은 대남 비난 수위를 올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평화 경제'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까지 트집잡으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비웃을)할 노릇이다.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이 운영하는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남조선 당국자들과는 더이상 할 말도, 마주앉을 수도 없으며 그래 봤댔자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우리(북)가 아니라 때가 되면 저절로 대화 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타산 밑에 외세와 야합한 반(反)공화국 대결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행해온 남조선 당국 자신"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