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외교부 장원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미 국무부 티모시 베츠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지난 2월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을 가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연합뉴스)
지난 3월 한미가 서명한 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당시 양측 수석대표였던 외교부 장원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 국무부 티모시 베츠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20일 만난다.
19일 외교 소식통은 "장 대표와 베츠 대표가 20일 서울에서 만나 조만간 시작될 11차 SMA 협상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베츠 대표는 전날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 외교당국 모두 11차 협상 때에는 장 대표와 베츠 대표가 아닌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서, 두 사람이 차기 협상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한미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분담금을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하는 10차 SMA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1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한미는 2020년 이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11차 SMA 협상을 조만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시사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이 10차 SMA 협상 때보다 더 큰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며 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요구에 따라 한국이 9억 9천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선거 유세나 내각회의에서 현재 분담금의 600%에 해당하는 50억 달러(약 6조 450억원)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외교부는 "아직 협상이 개시되지 않았고, 아직 협상단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달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되기는 하지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실무진들은 이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어려운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도 "사실상 11차 SMA 협상을 위한 TF는 가동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고, 다만 협상대표를 누가 맡을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다"며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해 올지는 실제로 협상이 좀더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장 대표와 베츠 대표의 만남은 11차 SMA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협의 성격으로 풀이되는데, 곧 있을 협상을 앞두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11차 협상을 위한 양측 대표가 아직 제대로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 협상의 핵심인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를 바로 논의하기보다는 협상을 곧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 진행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