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는 모습.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 출신은 결혼 기피 대상이 되고 이 때문에 출신지 등 신분을 세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본에 거주하며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성공회 신부는 후쿠시마 출신 주민들이 자녀들의 출신지를 세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부는 14일 CBS노컷뉴스에 먼저 "접근 허용 범위가 점점 좁아져서 이제 사고 원전으로부터 30㎞ 밖에서도 거주가 가능하다"며 "일본 정부는 안전해졌다며 제공하던 주택, 지원금 등을 끊고 주민들을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알렸다.
문제는 경제적 여력이 안돼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 없는 주민들이다. 후쿠시마 인근에 거주할 경우 피폭 가능성이 있어 삶에 여러 불이익이 생기는데 대표적으로는 결혼이 그렇다.
이 신부는 "피폭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혼담이 오가다가 결국 끊어진다. 출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상대 집안에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혼사를 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이어 "일본 정부가 규제를 해서 뉴스에 보도는 되지 않지만 이미 지역 주민들은 후쿠시마에 기형 식물과 동물이 생겨나는 현상을 목격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자녀들만 다른 지역의 친척집으로 보내거나 아예 입양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낙인이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신부는 "생활 기반을 옮길 형편이 안되면 자녀를 친척들 집으로 보내거나 아예 다른 지역 출신인 것처럼 입양을 시키기도 한다"며 "가족이 분열되는 상황을 감수해서라도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가 후쿠시마 출신인 것을 감추고, 그런 눈가림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책임지지 못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국민 개인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 안전을 홍보하기 보다는 명확한 현실 인식을 우선해야 된다는 조언이다.
이 신부는 "도쿄올림픽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후쿠시마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비교해봐도 후쿠시마는 너무 규제가 약하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부흥'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욕심 때문에 국제적인 피해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이제는 일본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고 솔직해져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