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이 행복추구권? 여성 인격권은 묵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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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대법원 리얼돌 수입 허가로 논쟁 촉발
수입 규제 풀리면 값싼 리얼돌 유통돼 '대중화' 가능성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 청원은 20만 돌파해 '답변 대기'
여성단체, "여성 인격 훼손에 성적대상화까지 악영향 문제"
변호사, "사후 처벌로는 충분하지 않아…실제 인물 제작 제재해야"

(사진=홈페이지 캡처)

 

#Q. 리얼돌 얼굴을 원하는 얼굴(연예인·이상형)로 주문제작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커스텀 제작기간은 약 25~30일 정도 소요됩니다. 페이스 주문제작 비용은 150~250만원(바디값 제외) 사이로 책정됩니다.


한 리얼돌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고객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다. 이밖에도 추가비용만 내면 점, 모반, 타투, 상처 등 '나만의 특별한 리얼돌'로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다.

'리얼돌' 논란은 대법원이 여성의 전신을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고, 개인의 사생활과 행복추구권과 연관됐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최근 이 원심을 확정했다.

리얼돌은 그 동안 국내 제작만 가능해 고가였지만 수입 규제가 풀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얼돌들이 시장에 대량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31일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정부의 답변만이 남았다.

청원자는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남성 모습을 본딴 리얼돌이 대다수였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이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우려를 더했다.

리얼돌 수입뿐만 아니라 판매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해당 청원자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리얼돌이 가진 여성 인권 침해의 위험성과 성적대상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박아름 활동가는 "성인용품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리얼돌의 특수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단순한 성욕해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리얼돌은 어린이나 특정인물의 얼굴, 성기 재현 정도를 홍보하며 성관계를 목적으로 구매, 사용된다. 여성 신체가 직접 훼손된 건 아니지만 인격은 모욕당하고 훼손된다"라고 비판했다.

'리얼돌로 성폭력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건 성폭력을 성욕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뿐이다. 오히려 여성 리얼돌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특정 성별의 신체 전부를 성인용품으로 만들 수 있는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이 결국 여성을 더욱 성적대상화하도록 조장해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규제가 없으면 불특정다수의 여성들은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생활에서 공유된 사진이 리얼돌 업체에 흘러들어가 '자신의' 리얼돌이 제작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최근 SNS에서 일반인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한 '지인능욕' 사건 등이 리얼돌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해당 사건은 애초에 유포를 목적으로 합성된 사진이지만 리얼돌 제작은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질 수도 있다.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지 않고 영구히 '개인소장'만 한다면 제작자와 구매자 모두 법적 처벌을 피하기 쉬워진다.

법무법인 유림 이선경 변호사는 "실제 인물을 본따 리얼돌을 제작한 뒤, 본인에게 알려져 폐기를 하거나 업체가 제작 중단을 하거나 보상을 하거나 어쨌든 모두 사후 처벌과 대책이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취급할 게 아니라 실제 인물 얼굴로는 수입도, 제작도, 판매도 할 수 없게 업체를 제재해야 한다. 이건 결국 개인의 인격권, 초상권, 저작권 문제로 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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