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해시태그로 제품을 홍보 중인 업체들. (사진=SBS 캡처)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감성' 일본어들이 SNS를 휩쓸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소셜 부문 1위인 국내 대표 SNS를 살펴봤다. 자유롭게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일본어들이 넘쳐났다. 일부 이용자들은 일본어를 한국어 발음대로 표기해 해시태그에 쓰고 있었다.
일본어로 찹쌀떡을 의미하는 '모찌'는 해당 해시태그를 이용한 게시물이 40만 건에 이른다. '멋지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 '간지'는 34만 건을, '벚꽃'의 일본어인 '사쿠라'는 15만 건을 기록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찌'는 상품 표기를 넘어 '귀여움'을 의미하는 일상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이밖에도 '커피'는 일본식 발음인 '코히', '팥고물'은 '앙꼬', '하늘색'은 '소라색', '달걀샌드위치'는 '타마고산도' 등 일본어가 한국어를 대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게시물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단순 일상 공유는 물론이고, 특정 업체나 제품의 바이럴 마케팅이 많았다. 카페나 제과점 신메뉴 관련 게시물에 '코히', '타마고산도' 등 해시태그를 사용하거나 떡 제품의 맛과 특징을 '모찌', '앙꼬' 등으로 표현했다. '간지', '소라색'은 인터넷 쇼핑몰 의류 홍보에 자주 사용됐다.
이처럼 트렌디한 감성을 강조하고자 일본어를 남용하는 습관은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어로 대체 가능한 단어들을 굳이 일본어나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아이디: ei****)은 '코히'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밑에 "코히가 아니라 커피다. 굳이 영어 발음이 안되는 일본 발음을 쓰는 이유가 뭐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꼬집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닉네임: 유****)은 "충분히 한국말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물론 나도 얼마 전까지 모찌란 말 썼고 반성하고 있다. 다같이 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럴 마케팅에서 특히 이런 일본어가 남용되는 이유는 결국 상품 경쟁력을 위해서다. 다른 업체와 비슷한 상품이라도 낯선 외국어로 포장하면 새로워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확산 속도가 빠른 SNS에서 이런 말들이 '유행어'로 자리잡게 되면 반작용으로 같은 의미의 한국어는 뒤떨어지거나 촌스러운 표현으로 취급된다.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마케팅 측면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우리말을 쓰지 않고 일본말 등을 활용한다. 그 명칭을 자주 쓰게 되면 우리말을 이용한 상품은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이런 마케팅 전략을 분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업체들 마케팅이 결국 대중의 언어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다. 대중도 함께 휩쓸려가고 SNS는 퍼지는 속도가 빨라 더욱 그렇다. 업체들도 언어 사용에 있어서는 좀 더 공적인 책임감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