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가 탈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호남계 의원들이 먼저 정계개편의 깃발을 들었다.
국민의당에서 평화당이 분당한 지 1년 반 만에 호남계 의원들이 다시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는 형국이다. 분열의 결과 호남계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정치, 평화당 등으로 쪼개졌다.
이들 중 정계개편을 희망하는 세력이 도모하고자 하는 바는 지난 2016년 총선에 이은 국민의당 '시즌 2'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안철수 전 대표의 사례처럼 뚜렷한 주자 및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 호남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 제3지대 건설의 미래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 野개편 시동 걸었는데 운전자는 없다?대안정치가 분당을 선언하면서 호남계는 4분열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대안정치까지 4개 정당에 걸쳐 호남 출신의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정계개편은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과 대안정치, 평화당 의원들 간 이슈다. 민주당은 야권 호남계 의원들과의 정계개편에 일단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대안정치와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는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양측 모두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必敗)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심점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같이 분열된 세력을 모아줄 인물이 부재한 상황이다.
구심점이 없는 정계개편은 공전(空轉)만 하고 있다.
대안정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호남계 의원들과 연대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싶어하지만, 손 대표 측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손 대표 측은 대안정치 의원들을 바른미래당으로 끌어들여 흔들리는 당권에 세(勢)를 더하면서 안정적인 제3당을 만들고 싶어 한다.
대안정치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으로 들어오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면서 보수통합 정계개편 가능성도 태동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신인 김수민.김삼화.신용현 의원들을 유승민 측으로 보내면서까지 유 의원 측과 '합의 이혼'을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있다.
대안정치 측은 일단 외부인사 영입에 나섰다.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제3지대의 구축점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대안정치 대표 역할을 맡는 유성엽 의원은 12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현재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한 제3세력들을 다시 튼튼하고 건강하게 결집시키면서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의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향후 행보를 밝혔다.
유 의원은 외부인사 추대와 관련해 "염두에 두고 계신 분도 있고, 접촉도 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밝히는 것은 아직 적절하지 않다. 금명 간 결정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정개·사개' 쌍두마차는 이상 없나?한편 대안정치의 분당 수순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과정에서 형성된 여야 4당 공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대안정치의 탈당으로 여야4당 공조가 흔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당장은 패스트트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선거제 개혁안을 처리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다루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각각 19명과 1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위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과반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등 10명이 선거제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 사개특위 역시 민주당 8명과 대안정치 박지원 의원 등 9명이 검찰개혁 등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관건은 본회의 표결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본회의 표결에는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민중당(1석)만으로는 14석이 부족하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대안정치 등에서 찬성표를 더 끌어와야 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아직 시간이 남았고, 변수가 많아 구체적인 표계산은 어렵다"면서도 "정계개편과 상관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각 의원별로 소신들이 있어서 향후 합의안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