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경제 분야 정책을 총괄해 온 두 사람이 임명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동시에 교체된 것은 국민 체감 성과를 내기 위한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된다.
◇'체감 성과 필요', 더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김수현 정책실장은 사회수석에서 지난해 11월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경제·사회 등 모든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에 오른 것이며,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왕실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랬던 그가 7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김수현 실장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으로서의 역할은 다른 일이 아니었다"며 "사회수석으로서 해왔던 사회안전망 구축, 즉 포용국가로서의 문재인 정부의 큰 하나의 축을 정책실장으로서 쭉 이끌어 왔고, 거기에 대한 성과가 충분히 있다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사회수석 시절부터 역량을 발휘해왔던 포용국가 정책에서는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 대변인은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을 소개하며 "김상조 위원장은 그동안 학계, 시민단체 경력도 있다"며 "그만큼 민생에서 어떠한 부분이 어려운 점들이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민생경제를 잘 챙길 수 있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의 성과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바꿔 말하면 비(非) 경제전문가 출신인 전임 김수현 실장이 민생 영역에 확실한 성과를 내기에 부족했다는 뜻이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지난해 6월 26일 임명돼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경제정책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경제수석에 임명됐던 윤 수석은 정통 관료출신이다.
때문에 비 전문가인 김수현 실장을 대신해 경제 영역에서 윤 수석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 사실이다.
윤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축을 강조하면서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예측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자수 증가(9만 7000명)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0.3% 및 최악의 분배지표 등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2분기 부터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그의 판단에 기인한 바가 컸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종원 수석도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이고, 앞으로도 대외 여건에 따른 하방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대외 여건이라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어떤 영역이 문제인지 알고 있는 윤 수석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결국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을) 바라보던 문 대통령이 투톱 교체라는 결단은(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될 듯…반복되는 회전문 인사 논란
새로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인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고 대변인은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의 경우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있는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관련 분야에서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신임 경제수석인 이호승 기재부 1차관에 대해서는 "경제 분야 주요 직위를 거친 정통관료 출신으로, 경제정책의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 대변인은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거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핵심 경제정책의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두 사람을 소개했다.
따라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임 참모들을 전격 교체하며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썼던 사람을 또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았고, 이호승 경제수석은 기재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지 6개월만에 청와대로 돌아왔다.
고 대변인은 "해석의 영역은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맡겨놓겠다"며 "아직 성과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단순히 지금 현재의 그 상황만을 가지고 앞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예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지금의 경제정책 방향,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 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