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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보다 귀한 쌀' 대북지원…대화 재개 '마중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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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지원 요청하면서도 남측에는 '시시껄렁' 까칠한 태도 일관
北 반응이 남북관계 리트머스 역할…추가지원 등으로 선순환 가능성
한미·북중회담 앞둔 미묘한 타이밍…식량지원으로 교착국면 타개 주목

정부, WFP통해 국내산 쌀 5만t 북에 제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산 쌀 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해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원되는 식량이 북한 주민들에게 최대한 신속히 전달되도록 하고, 향후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며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북한 식량난이 10년래 가장 심각하고 136만 톤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태도에 따라 추가 지원은 물론 국제기구를 거치지 않은 직접 지원 가능성도 예상된다.

국내 적정 쌀 재고량은 70~80만 톤인 반면 현 재고량은 118만 톤에 이르기 때문에 여력은 충분하다. 과거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때도 옥수수 10만 톤을 공여했고, 직접 지원의 경우는 40~50만 톤을 지원한 적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2월 20일 주유엔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 명의로 국제사회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FAO)이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부터 공개적 여론 수렴 작업을 벌여왔다.

FAO 등의 긴급보고서 발표 후 한 달 보름여만에 식량지원을 최종 결정한 것이다.

대북 인도지원(그래픽=연합뉴스)

 

정부는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등 여론이 썩 우호적인 편은 아니지만 같은 동포의 생존적 위기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대북식량지원이 남북간 화해협력과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북미 간 신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정치적 상황과 전혀 무관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북 지원에 대해 번잡한 토를 달 경우 괜히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려 안 함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은 "쌀이 금보다 귀하다"(4월 29일자 노동신문)며 식량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남측의 인도적 지원 검토에 대해서는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문제로 생색내지 말라는 식의 까칠한 반응을 보여왔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타이밍이다.

북핵협상의 장기 교착국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정상회담은 약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최근 북유럽 순방에서도 대화 재개를 재차 촉구했지만 북측이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다.

다만 북측은 지난 12일 고 이희호 여사 서거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조전과 조화를 전달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하며 미묘한 변화 흐름이 감지되긴 했다.

당시 판문점에서 김 부부장과 접촉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현 남북·북미관계에 대해 북측과 모종의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내에서도 현 교착 상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당사국들이 비핵화 대화의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다"면서 "수개월 안에 이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다른 행사에서 "북미 나름대로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를 했고, 그 평가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볼 때 기술적인 쟁점을 좁혀 나가기 위해선 일정 시간,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대화를 조속하게 재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이 방북에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에 기고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인 것도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촉매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낳고 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 측은 조선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 자세를 취했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등으로 곤경에 처한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 국제적 중재자 위상을 과시함으로써 국내외의 예봉을 피한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이번 대북식량지원 결정은 냉랭한 남북관계부터 온기를 불어넣어 북미대화를 재가동하기 위한 마중물이자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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