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토론토 랩터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적이 확정된 날, 카일 라우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함께 특별한 일을 만들어보자고. 친한 친구가 떠났고 그래서 화가 많이 났겠지만 함께 헤쳐나가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27)의 말이다.
카와이 레너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휘 아래 팀 던컨과 토니 파커, 마누 지노발리 등이 쌓아놓은 영광의 시대를 이어갈 주역이었다.
하지만 카와이 레너드는 2017-2018시즌 샌안토니오에서 9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때문에 공백이 길어졌지만 그가 팀에서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결국 샌안토니오는 1년 전 여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카와이 레너드를 토론토로 이적시키고 더마 드로잔을 영입했다.
토론토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드웨인 케이시 전 감독에게는 해고 통보를 하고 닐 널스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토론토가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적잖았다. 드로잔은 구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프렌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동안 우승에 도전했지만 조금씩 부족했던 토론토는 정상 등극을 위해 비판을 감수하고 샌안토니오의 간판을 데려왔다.
당시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던 카와이 레너드의 몸 상태, 1년 후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을 수 있는 애매한 상황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토론토의 의지는 확고했다.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였다.
모험은 결실을 맺었다. 토론토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NBA 파이널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4대110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995년 신생 구단 자격으로 NBA에 입성한 토론토는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파이널 6경기에서 평균 28.5득점을 올리는 등 올해 플레이오프 24경기에서 평균 30.5득점, 9.1리바운드, 야투성공률 49%로 활약한 카와이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시절이었던 2014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NBA 정상에 섰고 통산 두 번째 파이널 MVP를 차지했다.
그는 카림 압둘자바(밀워키-LA 레이커스)와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클리블랜드)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2개 구단에서 각각 파이널 MVP에 등극한 선수가 됐다.
레너드는 2014년 우승 당시 평균 17.4득점에 그쳤지만 당시 상대였던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쳐 파이널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에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으로 리그 최고 대열에 올라섰다.
카와이 레너드는 트레이드가 확정되자마자 새로운 동료 카일 라우리를 위로하는 등 차분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결국 구단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간의 아픔도 털어냈다.
레너드는 경기 후 "작년 여름은 무척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의심을 품었다. 내가 부상을 조작했거나 뛰기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망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늘 농구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 말을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코트에서 내가 해야 할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내게는 정말 특별한 우승이다. 토론토 구단은 내가 오자마자 나를 이해해줬고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드로잔과 함께 우승에 도전했지만 늘 뜻을 이루지 못했던 라우리는 무관의 한을 풀었다. 이날 26점 10어시스트 7리바운드를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라우리는 "레너드는 리그에서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 중에 단연 최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업 가드 프레드 밴블릿은 4쿼터에만 12점을 올리는 등 22점을 보탰다. 파스칼 시아캄도 26점으로 팀에 힘을 실어줬다.
5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한 골든스테이트는 3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케빈 듀란트의 부상에 이어 이날 30점을 넣다가 3쿼터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클레이 탐슨의 공백이 뼈아팠다.
골든스테이트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4쿼터 막판까지 110대111로 추격했지만 스테판 커리가 던진 회심의 3점슛이 빗나가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커리는 21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