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이를 둘러싼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1일 오전 정 사장을 불러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등에서 이뤄진 증거인멸과 관련해 지시·개입 여부와 관여 정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팀장인 정 사장은 취재진을 피해 오전 8시50분쯤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등에서 불거진 일련의 증거인멸 정황과 관련해 사업지원TF 역할에 주목하고 개입 경위와 '윗선'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검찰은 삼성이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그룹 수뇌부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논의하고 계획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주목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수뇌부 등이 참석한 회의로 검찰 수사에 대비, 증거인멸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모임 나흘 전인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위반 사실과 예정 조치 내용을 알리는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내자 검찰 수사를 예상하고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닷새 뒤인 5월 1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의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른바 '승지원 회의'에서 증거인멸 계획 등을 최종 보고받고 승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 사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승지원 회의가 열린 것은 맞지만, 삼성바이오나 삼성에피스의 중장기 사업 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회계 이슈나 증거인멸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3명과 상무급 2명, 삼성바이오 임원 1명,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 등 총 8명을 구속했다. 삼성 수뇌부를 구성하는 핵심 인물들이 무더기로 구속된 셈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가 직원들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등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공용서버를 숨긴 사실 등을 확인했다.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TF 팀장이자 이 부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정 사장이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이 부회장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증거인멸이 이뤄진 배경인 고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