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임미현 >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북한이 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석 달이 지나는 동안 미국은 물론 한국에 대해서도 싸늘한 냉기만 내뿜고 있습니다.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는 한 달 넘게 답이 없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과 인도적 지원 문제에도 시큰둥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충격 때문에 단단히 뿔이 나있는 사정은 이해할 만 합니다. 하지만 오랜 대북제재와 식량난을 생각하면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배짱을 부리는지 속내를 살펴볼까 합니다.
◆ 임미현 > 정상회담이야 그렇다 쳐도 식량지원 같은 문제는 북한도 못 이기는 척 나올 법 한데 정말 여태 반응이 없나요?
◇ 홍제표 > 반응이 있긴 합니다. 인도주의 지원은 부차적이니 근본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다소 퉁명스러운 반응입니다. 근본 문제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가리킵니다. 다만 노동신문 같은 보다 공식성 있는 매체의 보도는 아니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 분위기로는 대화에 쉽게 응할 것 같지 않습니다.
◆ 임미현 > 그래도 뭔가 물밑접촉은 있지 않을까요?
◇ 홍제표 > 물론 북한이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제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7일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이후 열흘 넘도록 남북간 의미 있는 접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21일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까지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도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타진하고 있지만 역시 별무소식입니다. 미국의 한 안보 전문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서훈 국정원장이 “미세한 변화의 징후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 것도 북한이 요지부동이란 점을 반증하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 임미현 > 뭔가 단단히 토라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우리 정부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방침 아닌가요? 그런데도 북한은 왜 그런 걸까요?
◇ 홍제표 >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북한이 대남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과, 아직은 북한의 내부 전열정비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 임미현 > 첫 번째 가능성, 북한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왜 그렇다고 보세요?
◇ 홍제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을 신호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시정연설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울 답방을 재확인하는 친서를 보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입니다.
◆ 임미현 >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 홍제표 > 이런 배경에는 중재력에 한계를 드러낸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화풀이를 엄한 곳에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것과 비슷한 심리인 셈이죠. 김준형 한동대 교수 같은 경우는 북한이 한국 말만 믿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만 먼저 깨냈다 낭패를 봤다는 피해의식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한테 두 번이나 속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첫째, 종전선언은 북한이 (자기 입장에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데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신뢰를 한번 짚고 가자’는 우리 말에 속아서 동창리를 내준 것이고...”
물론 과거처럼 거칠고 험한 비난은 여전히 자제한다는 점에서 우리 역할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통미봉남’ 기류가 점차 강해지는 현실입니다.
◆ 임미현 > 그래도 북한 입장이 완전히 정리됐다고 보긴 힘들지 않을까요?
◇ 홍제표 > 우리 당국자들도 그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바뀐 데 이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교체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첩보 수준이란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숙청설이 제기됐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복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죽었다는 사람이 나중에 보니 멀쩡히 살아있는 경우가 많은 게 북한 정보 특성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부 검열과 전열 정비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북한 대남기구의 ‘새판짜기’ 여부에 따라서는 긍정적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 하지만 대남기구 진용이 그리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설령 바뀐다 해도 한계는 분명할 것 같습니다. 결국 미국의 입장이 중요한 거 아닐까요?
◇ 홍제표 > 그렇습니다. 제재완화가 됐든 체제보장이 됐든 결정권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에 ‘계산법’을 바꾸라고 요구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벼랑끝 전술’이 되살아난 셈입니다. 문제는 이게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놨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런 상태로 내년이 되면 매우 불안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최대한 빨리 북미협상을 재개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파멸적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답답한 현실입니다.
◇ 홍제표 > 교착상태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대화의 모멘텀은 점차 사라지고 우려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문인지 최근에는 북한 뿐 아니라 미국도 좀 바뀌어야 한다며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임동원 전 국정원장입니다. 임 전 원장은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며 6.12 싱가포르 합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미국이 여기에 얼마나 귀 기울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이 보다 전략적 사고를 한다면, 우선적으로 남북대화에 응함으로써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의 ‘자율성’이 커지는 게 북한이 말하는 ‘민족공조’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북한 대남기구가 새 진용으로 짜여진다면 이런 측면도 주목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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