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현직 보건복지부 감사담당관이 다음달부터 산하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상급 기관의 감사 책임자가 몇 달 만에 하급 기관 핵심 인력으로 재취업하게 돼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어린이집안전공제회(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 감사담당관 김모(59)씨는 다음달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어린이집안전공제회는 민간기관임에도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자, 3년마다 복지부의 정기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 이사장과 사무총장, 감사(각 1명), 비상임이사(13명 이내) 등의 임원을 두고 있다.
사무총장은 이사장 다음으로 높은 직급인데, 임원 중 유일한 상근직으로 공제회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실상 최고경영자다. 이사장과 사무총장 임기는 동일하게 3년이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김씨와 다른 후보 A씨의 투표를 진행해 김씨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결정했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 관계자는 "투표를 통해 선임한 건 맞지만, 아직 상급기관인 복지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91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복지부 내 주요 정책 부서를 거쳤다.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는 감사담당관을 역임 중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김씨를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감사담당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관별 특성과 문화, 소통 관계를 파악해 최고경영자로서 기관 운영에 참고할 자산을 갖게 됐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제회 임원의 추천 자격이 임원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복지부 과장에게 주어지는데, 이번에 김씨를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한 위원이 지난해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정기 감사를 진행한 주무과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야당 보건복지분야 전문위원은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는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췄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전문성이 없다면 문제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사무총장으로 뽑힌 김씨는 복지부에서 주로 보험·보건·인구 정책 분야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가 하급기관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성을 갖춰야할 자리에 복지부 출신들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 관계자는 "임원 선임과 관한 내부 기준이 있다"며 "보육과 보건, 안전 분야 관리 역량이 있는 분을 추천받는다"고 밝혔다.
한 보육업계 관계자는 "공제회는 각 어린이집에서 돈을 걷어 운영하는 기관이고, 설립 당시 복지부는 출자에 참여하지도 않았다"면서 "상급 기관이라는 이유로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매번 임원 선임·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사무총장 인사 관련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며 "공제회가 내부 인사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지켜 임원 선임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특별히 없다"고 했다.
통상 퇴직공무원이 퇴직 후 일정기간 안에 공공기관에 재취업할 때는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복지부 승인 이후 따로 인사처 심사를 받지 않을 전망이다. 공제회가 민간기관이라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