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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톱다운' 논란보다 더 중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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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 자체보다 운영상의 문제…톱다운 폐기는 한미정상회담 부인하는 셈
국내 여론 지지 통한 ‘바텀업’ 더 절실한 때…정상외교 속도전에 피로감 누적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 간의 '톱다운' 협상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일부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톱다운 방식의 문제점은 하노이 회담 실패를 통해 불거지긴 했지만 이는 톱다운 자체의 문제나 결함이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따진다면 실무협상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거나 실무협상은 나름 괜찮았는데 정상들이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처럼 미국이 돌연 '리비아식 해법'을 들이밀어 북한을 당혹케 했다는 게 사실이라 해도 이를 톱다운 방식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이건 정상 개인의 문제다. 그런 정상이라면 설령 상향식 바텀업 협상이었다 해도 무탈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실무진에서 아무리 떠먹기 좋게 상을 잘 차려 올려도 정치적 필요가 생긴다면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정상적인 정상회담, 우방국끼리의 정상회담에선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신뢰가 없는 적대국 간의 회담은 다르다. 하노이 회담은 협상 방식을 떠나 태생적으로 결렬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결국 톱다운이든 바텀업이든 운영의 문제다. 미국 일각에서 실무협상이 얼마나 강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완적 차원, 더 잘 해보자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동맹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룬 합의를 말 그대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기하는 꼴 아닌가?

물론 '하노이 노딜' 이후 제재 만능주의와 비핵화 회의론이 득세하는데 이어 톱다운 마저 폐기함으로써 북미협상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강경 매파의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훨씬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오히려 국내 상황이다.

정상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빠른 상황전개를 이어간 것은 좋은데 1년여 롤러코스트를 하는 사이 국민들의 이해도는 떨어지고 피로감은 커졌다.

톱다운 개념부터가 머리에 쏙 들어오지 않는 판에 빅딜, 스몰딜, 하프딜, 노딜, 굿딜, 배드딜, 굿 이너프 딜 등의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 변화를 따라잡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것이다.

한국의 역할을 놓고 당사자, 중재자, 촉진자, 기획자 식으로 말장난처럼 말이 바뀌고, 심지어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인 '비핵화의 정의'(최종상태)는 아직도 헷갈리는 설명이 반복된다.

이래서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밀어주고 싶어도 '잘 몰라서'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보다 큰 차원의 바텀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일단 진도를 많이 뽑는 게 중요했겠지만 이제는 국민의 이해를 제고할 때다.

여기에는 민간 교류협력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평화 진전을 체감케 하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당국에 국한된 남북관계의 외연을 넓히고 안전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그동안은 한미공조 등을 감안해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웠겠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관(官)이 막히면 민(民)이라도 나서 길을 뚫어온 게 한반도의 운명이다.

비핵화·평화 정착을 향한 긴 여정에서 여론 균열을 최소화하고 한 목소리를 낼 때 협상의 지렛대가 조금씩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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