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이해인 수녀 "세월호 그만 잊자? '기억'은 최소한의 사랑 표현"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경향신문에 실은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젊은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이름만 불러도 가슴 미어지는데 악플다는 사람도
아이들은 떠났지만 유족들 두 번 죽이는 것
세월호 듣기 싫다? 기억조차 안하면 뭘 할 수 있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4월 16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해인 수녀


 


◇ 정관용> 세월호 참사 5주기 되는 날이죠. 오늘도 전 국민의 추모가 잇따랐는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그 아픔. 그런 만큼 특히 오늘 이분의 시가 많은 분들의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실린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를 쓰신 이해인 수녀님을 오늘 전화해 모시겠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 이해인>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그 전에도 세월호 추모시를 여러 편 계속 쓰셨죠?

◆ 이해인> 1주기 때 한번 썼습니다.

◇ 정관용> 1주기 때 쓰시고. 그리고 오늘 맞아서 또 한 편 쓰시고.

◆ 이해인> 네.

◇ 정관용> 먼저 수녀님 목소리로 '슬픔이 하도 커서'. 조금 청해 듣겠습니다.

◆ 이해인> 네, 그러실래요?

◇ 정관용> 네.

◆ 이해인>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 서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 하겠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
미안하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지만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눈물 속에 절절이 참회하여 마침내는
파도처럼 일어서는 희망이 되라고
흰옷 입은 부활의 천사로
한 줄기 바람으로 가까이 와서
그대들이 우리를 다시 흔들어 깨워주세요.
넋두리가 되어버린 이 부족한 추모 글을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제 와, 영원히!

◇ 정관용>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실린 원본 너무 길어서 저희가 시간상 다 듣지는 못했습니다마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쓰셨어요, 수녀님?

◆ 이해인>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도자로서 그래도 마음만큼은 다 표현을 못하지만 하나의 관심의 표현으로써 우리나라가 특히 젊은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그런 것을 좀 간접으로나마 기도하는 마음으로 많은 분들을 대신해서 표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썼습니다.

◇ 정관용> 시구절 가운데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그 구절을 제가 딱 들으면서 정말 그렇구나. 이게 이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4월 초 벚꽃이 피어서 4월 보름이 넘어가면 벚꽃이 막 다 지는 그 바로 딱 그 시점이거든요.

◆ 이해인> 네.

◇ 정관용> 찬란한 그 아이들의 찬란한 모습이 이렇게 바람 속에 벚꽃 잎이 지듯이 우리 가슴 속으로 지는구나. 이런 마음이 갑자기 드네요.

◆ 이해인> 어제 제가 5주기 추모 미사회를 다녀왔는데 거기 304명의 이름을 부르는 추모곡을 노래를 부르는데 이름만 부르는데도 가슴이 미어지면서 유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기가 막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악플 달고 또 그러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도 글을 안 쓸까 하다가 용기 있게 쓴 건데 이런데도 악플달고 사람들이 막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악플뿐이 아니라 정치인들까지도 막말을 합니다. 그 모습 보면서 어떠셨어요?

◆ 이해인> 일단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해서 공감하고 같이 연대해서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고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무자비하게 야박하고 잔인하게 사람들이 말을 하니까 우리 마음이 참 각박해졌구나, 너무 슬프다. 이런 생각이 좀 들어서 그러니까 아이들은 갔지만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막 잠이 안 오더라고요, 어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 중인 이해인 수녀 (사진=이해인 수녀 제공)

 


◇ 정관용> 그런 막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만 잊자. 그만하자, 이런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한테는 어떤 말씀해 주시겠어요?

◆ 이해인> 세월호라는 단어도 듣기 싫다고 막 그러는데 우리가 왜 그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족도 그렇고 누가 돌아가시면 일단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렇게 기념이라는 걸 하잖아요. 그런데 더군다나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우리가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아닌 것 같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기억인데 그걸 그만, 단어도 듣기 싫다 하는 것은 너무 인간으로서 그거는 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 기억한다는 건데 노란 리본을 달고 그것이 그것 좀 그만 달라고 이러는 사람들 있는데 정말 기억하는 것조차 안 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그나마 그것이 유족들한테는 자그마한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잊혀지기까지 하면 얼마나 더 슬플까,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서 저희는 비록 수도원에 살지만 자주 자주 기억하고 또 뽑기 같은 것 해서 미수습자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기 위해서 했어요. 이영숙 씨를 뽑아서 이영숙 씨를 위해서 기도하다가 그분의 시신이 발견되니까 제가 너무 기쁘고 아들을 만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구체적인 관심을 우리가 가져야 되는 건데 잊으라고 하는 것, 그만 듣고 싶다고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 같아요.

◇ 정관용> 가족 분들은 지금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해인> 그러니까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래도 좀 진실을 알고 용서를, 사과를 받고 싶은 그런 거일 텐데 자꾸 회피해 가고 변명하고 합리화시키고 이런 데서 분노가 더 싹이 트고 자라서 서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이러는 것 같아서 너무 진짜 책임을 질 만한 분들이 좀 겸손하게 하면 슬픔도 잦아들고 서로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래야죠. 수녀님께서 이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 되겠습니다. 넋두리가 되어 버린 이 부족한 추모글도 유족분들 용서해 주세요.

◆ 이해인> 그거밖에 달리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무슨 제 말도 허공에 뜬 것처럼 빈 말 같고 너무 힘들고 그나마 그래서 그냥 이것도 하나의 필요 없는 넋두리가 아닐까 싶어서 용서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제 입에서.

◇ 정관용> 수녀님, 감사합니다.

◆ 이해인> 네,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이해인 수녀님이었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