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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어장 확대 안돼!"…서해5도 어민 대규모 해상시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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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대청·소청도 어민들이 여의도 면적의 84배가량 확장된 서해5도 어장을 재조정해달라며 해상시위를 예고한 10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용기포신항에 어선들이 집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서해 5도 어민들이 10일 어선을 이끌고 고기잡이 대신 대규모 해상시위에 나섰다.

정부가 이번달부터 어장을 늘려줬지만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빌미로 조업구역 단속을 강화하면서 조업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서해 5도 가운데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어민들은 백령도 용기포 신항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서해5도 어민들은 결의문에서 "최근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를 반영한 평화수역 1호 조치로 서해5도 어장확장을 발표했지만 이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발표"라고 비판했다.

3개 섬 어민들은 오전 11시부터 각자 어선을 몰고 용기포 신항을 출발해 백령도와 소청도 동쪽 해상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여 어선만 75척에 달한다.

어민들은 한반도기에 서해5도를 그려 넣은 '서해5도 한반도기'를 어선에 달고 조업구역 경계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해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군·경찰·해병대와 함께 해상 시위가 벌이지는 해상에 함정 20여척을 배치했다.

서해5도 어장은 어선 202척이 꽃게·참홍어·새우·까나리 등 연간 4천t(300억 원어치)의 어획물을 잡는 곳이다.

예년 같으면 꽃게잡이를 나가야 할 어선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이번달부터 새롭게 늘려준 D어장이 거리가 멀고 수심이 깊어 조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청도 선주협회 배복봉 회장은 "대청도에는 운반선이 없기 때문에 여객선에 (꽃게를) 실어 보내야 한다"며 "새로 생긴 D어장까지 왕복 6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꽃게는 얼리면 값어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D어장은 수심이 깊어 대부분이 소형 어선에 지금 가지고 있는 어구들로는 어획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라며 "D어장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지역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시늉만 낸 거고, 생색만 낸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번에 확장된 D어장은 백령도와 대‧소청도 남단에 위치한 곳으로, 정부가 '여의도 면적의 84배'(245㎢)라고 밝힌 새롭게 늘어난 어장의 63%(154.6㎢)를 차지한다.

또 이들은 정부가 쓸모없는 '생색내기용' 어장만 늘려놓고서 이를 이유로 어장구역 단속을 강화해 조업 활동이 더 힘겨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 회장은 "조업구역에서 가까운 곳은 라인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10여년 전부터 해오던 곳이라 관행적으로 묵인을 해줬었다"며 "그런데 어장 확장해 주면서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꽃게가 다니는 곳에 그물을 쳐야 잡을 수 있지, 아무데서나 잡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라인을 조금 벗어났다고 그물 다 걷으라고 하니, 한창 꽃게를 잡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망을 걷고 있어 미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어민들은 이번 해상시위를 통해 실효성 있는 어장 확대와 민관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서해5도 어업인연합회 장태헌 회장(백령도 선주협회장)은 "1단계로 이번에 해상시위를 하고 2단계는 해양수산부와 어민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에서 어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며 "만약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면, 배 가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주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관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어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관계 부처인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어장 확장에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한 백령도 어민들에게는 남북 군사 관계가 더욱더 개선되면 최대한 어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청도의 경우 어장구역을 벗어나는 불법 조업이 확인된 상황에서 눈감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신 어장 조사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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