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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 가려고 똑같은 CD 200장 구입? 실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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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반시장이 거품인 이유?
팬싸컷, CD 많이 살수록 당첨률↑
한국의 독특한 현상..문제 있어
K팝 시장 왜곡 소속사가 막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아이돌 팬 (익명), 김윤하 (음악평론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싸인회를 가기 위해 같은 CD를 100장, 200장 산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죠? 아이돌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컴백을 하면 팬싸인회라는 걸 합니다. 그런데 앨범을 많이 산 순서대로 기회를 주는 암목적인 룰이 있다, 이겁니다. 일명 줄 세우기라고 한다는데요. 이런 이유로 아이돌의 음반 판매량은 ‘거품’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물론 대중문화에서 상업성을 제외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팬들 사이에 나오는데 팬심과 상술 사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오늘 짚어보죠. 먼저 아이돌 팬 1명을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아이돌 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팬 싸인회를 가기 위해서 음반을 100장, 200장 구매한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아이돌 팬> 앨범이 나오면 가수들이 각각 앨범을 팔면 응모권을 줘요.

◇ 김현정> 팬 싸인회 참석 응모권?

◆ 아이돌 팬> 네. 1장당 1개. 그걸로 응모를 해서요. 그걸 추첨해요. 응모도 많이 해야 당첨이 되니까 사람들이 10장도 샀다 20장도 샀다가 이러다가 100장까지 가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1장 사서 1개 응모권을 넣은 사람하고 100장 사서 100개 응모권을 넣은 사람하고는 당첨될 확률이...

◆ 아이돌 팬> 확률이 100배 차이가 나니까요. 운이 좋으면 1장을 사서 당첨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요.

◇ 김현정> 거의 없어요?

◆ 아이돌 팬> 네.

◇ 김현정> 그러면 우리 지금 인터뷰하시는 팬은 몇 장까지 사보셨어요?

◆ 아이돌 팬> 저는 50장을 사고 떨어진 적이 한 번 있어서요.

◇ 김현정> 같은 앨범을 50장?

◆ 아이돌 팬> 네.

◇ 김현정> CD 1장당 얼마쯤이에요, 요즘?

◆ 아이돌 팬> 2-3만 원이 넘을 때도 있어요. 것들이 많아요, 요새는. 안에 사진도 많이 들어가 있고 튼튼하게 잘 만들긴 하는데...

◇ 김현정> 가수 사진도 넣어놓고 해서 2-3만 원 하는 CD를 50개? 최대 3만 원 치면 150만 원 쓰셨네요. 그런데 50개 사고도 떨어지셨어요?

◆ 아이돌 팬> 제가 운이 나빴던지 50개를 사고 떨어졌는데 그렇게 떨어지면 ‘아, 정말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아, 10장만 더 살걸.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주변에서 많이 사는 사람은 몇 장까지 사는 거 보셨어요?

◆ 아이돌 팬> 100장, 200장 사는 사람들 수두룩하고요. 가끔씩 이렇게 사고도 떨어지는 사람 있기는 해요.

◇ 김현정> 해외 팬도 많아요?

◆ 아이돌 팬> 해외 팬들 같은 경우에는 더 사죠. 왜냐하면 한 번 보겠다고 여기까지 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조마조마한 게 싫으니까 팬싸컷이라는게 더 높아진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팬 싸인회를 팬싸라고 불러요? 팬싸의 커트라인이라고 해서 팬싸컷? 오늘 신기한 걸 많이 배우는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팬 싸인회를 가면 뭐가 그렇게 좋길래 이렇게까지 돈을 들여서 가고 싶어하는 건가요?

◆ 아이돌 팬> 팬싸를 가면 1대 1로 만날 수 있잖아요. 자주 가다 보면 아는 척해 주는 가수들도 가끔 있어요. 그러면 그것에 중독돼서 다음에 너무 가고 싶은 거죠. 한 번만 더 가면 나를 더 기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김현정> 악수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 아이돌 팬> 네. 팬들입장에서는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죠. 공연이랑은 좀 달라요.

◇ 김현정> 하지만 팬입장에서도, 팬 싸인회 말고 또 팬심을 이용한 좀 도가 넘는 상술이다 생각했던 게 있으시다고요?

◆ 아이돌 팬> 앨범을 만들 때 여러 종류를 만든다거나 안에 음악은 같은 음악인데 겉의 표지를 다르게 해서 판다거나.

◇ 김현정> 그러면 그걸 다 사야 돼요? 내용, 노래는 똑같은데?

◆ 아이돌 팬> 사실 요새는 CD로 노래를 안 듣잖아요.

◇ 김현정> 하긴 음원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듣는데도 불구하고 그 앨범을 소장하기 위해서 사는거네요?

◆ 아이돌 팬> 네, 종류별로 이렇게 해가지고 앨범을 쭉 세워놓으면 그림 퍼즐이 맞춰지게... 이렇게 팔기도 하고요. 또 연예인들 굿즈가 되게 많이 나와요.

◇ 김현정> 굿즈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분 계실지 모르는데 아이돌의 마크를 단 모자라든지 티셔츠, 옷 같은 거, 가방, 머리띠. 별게 다 있더라고요.

◆ 아이돌 팬> 끝이 없거든요. 질도 그렇고 너무 비싸고 너무 많이 내요. 팬들은 좋아하니까 나와주면 고맙다고 하지만.

◇ 김현정> 팬들은 그냥 다 사요, 나오는 대로?

◆ 아이돌 팬> 가서 줄 서서 사게되죠.

◇ 김현정> 그래요. 물론 대중문화와 상업성을 따로 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만 해도해도 너무하다. 좀 지나친 상술 아닌가 싶었던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건데 아이돌 팬을 대표해서 혹시 기획사에다 좀 하고 싶은 이야기들 있으세요, 이런 거 관련해서?

◆ 아이돌 팬> 기획사는 사람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팔잖아요, 가수들도. 연예인들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만들어서 팔고 싶은 마음은 이해는 하는데요. 생각 외로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과열되는 부분을 좀 기획사에서 조절을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했었어요.

◇ 김현정> 기획사가 나서서 너무 과열되는 건 조정해 줘야 되는데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신단 말씀이에요.

◆ 아이돌 팬>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아이돌 팬> 네, 감사합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자료사진

 

◇ 김현정> 아이돌 팬 한 분의 증언을 들어봤는데요. 이어서 음악 평론가 김윤하 씨 만나보죠. 김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 김윤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앞서 저희가 인터뷰한 팬은 50장까지 사보셨대요, CD를.

◆ 김윤하> 아... 네.

◇ 김현정> 우리 김 평론가님은 몇 장까지 구매한 거 보셨어요?

◆ 김윤하> 지난해 모 보이그룹 팬이 500장 이상을 구매를 했는데도 팬 싸인회에 떨어졌다는 영수증 인증을 해서 화제가 되었었거든요.

◇ 김현정> SNS에다가?

◆ 김윤하> 네. 제가 그것까지는 봤습니다.

◇ 김현정> 500장이면 이게 아까 최대 3만 원짜리 CD도 있다고 그러던데.

◆ 김윤하> 그때 금액이 85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도 응모 추첨에서 떨어졌어요? 추첨방식은 투명해요?

◆ 김윤하> 사실 팬 싸인회 추첨 방식 같은 경우에는 기계 추첨 그리고 손 추첨 이렇게 보통은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손 수첨은 직접 응모권을 손으로 뽑는 형식이고 기계 추첨은 말 그대로 기계로 돌리는 거죠. 약간 로또나 복권처럼요. 그런데 이 기계 추첨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줄 세우기라고 해서요. 물론 운도 작용하지만, 장수를 많이 사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식의 추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에요.

◇ 김현정> 기계 추첨이라고, 무작위 추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은 알고리즘이 응모권을 많이 낸 사람일수록 뽑힐 확률이 크도록 설계가 돼 있단 말씀?

◆ 김윤하> 그렇죠.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팬 싸인회을 주최하는 업체나 혹은 소속사나 팬덤 안에서도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몇장을 사야 추첨이 된다거나 정확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이 입소문들이 돌지 않습니까? 분석을 해 보자면 최근에는 기계 추첨으로 대부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 김현정> 이게 아주 일부 가수, 팬덤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지금 아이돌 팬덤 사이에 만연한 이야기예요?

◆ 김윤하> 사실 세계 음악 시장 기준으로 보자면 굉장히 좀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디지털 재생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이 되고 있는데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국내 상위 400개 음반 연간 판매량이 2011년 682만 장에서 2017년에 1693만 장으로 거의 한 2.5배 정도가 늘어난 상황이거든요. 일부라고만 이야기하기가 어렵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소속사에서 다양한 수익원들이 음반의 비중은 그러면 어느 정도 돼요?

◆ 김윤하> 결코 적지가 않습니다. 투어를 한다거나 콘서트를 한다거나 부대 수입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소속사들 같은 경우에는 방송 활동이나 홍보 활동을 하면 비용이 들어가잖아요. 소속사 측에서는요.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팬덤을 대상으로 한 그런 팬 싸인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음반을 팔면서 그것으로 수입을 충당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도 굉장히 많아요.

◇ 김현정> 앨범을, 똑같은 음악 가지고 여러 가지 종류를 내는 것도 다 그런 이유군요?

◆ 김윤하> 그렇습니다. 사실 사실이 부분에 대해서도 팬분들이 굉장히 불만이 많으시다고 알고 있어요. 앨범 안에 보통 포토 카드라고 해서 지갑에 넣을 수 있는 형태의 작은 사이즈의 사진들이 있어요. 포카라고 줄여서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각종 랜덤 아이템을 따지면, 100종 이상을 모아야 완벽하게 풀세트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앨범 안 노래는 다 똑같은데 100종을 사야 사진을 다 모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 김윤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디까지를 이해해야하고 어디까지를 과하다고 보세요?

◆ 김윤하> 누가 강제적으로 만든 시장은 아니에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수년간 시장이 거대하게 왜곡되어버렸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사실 이러한 현상이 생겨나면 팬들은 힘들거든요. 이런 현상에 의해서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굴까요? 생각해보면 앨범을 사는 팬들이 문제라고만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비난의 화살이라고 할까요. 시장 왜곡의 주역이 누구인지를 다시금 생각 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아니, 우리 아이돌들 참 잘하죠. 그래서 우리가 K-POP이 대단하다, 한류 열풍이다. 이런 이야기하는데 이게 잠깐 불꽃처럼 타오르다 꺼지지 않으려면 문화로서 쭉 자리 잡으려면 이런 왜곡된, 과한 상술들은 바로 잡혀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윤하> 저도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요. 팬덤을 단순한 자신들의 어떤 수입원, 밥줄. 이런 것이 아니라 아주 최소한의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존재로 생각해서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김현정> 팬심을 이용한 상술.. 그 선은 어디인가. 오늘 한번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윤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음악 평론가 김윤하 씨까지 만났습니다. (사진=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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