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속초와 고성 일대 지역 상인들은 장사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속초시 영랑호 일대에는 벚꽃이 한창 피어 있었지만, 정작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다.
바로 근처 신세계 영랑호리조트에 있던 배민철(49)씨의 막국수 식당은 산불로 내부 집기 대부분이 타 버렸다. 배씨는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직원들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그러면서 "지금쯤이면 벚꽃 구경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거의 다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영랑호 주변에는 드문드문 관광객들이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있을 뿐, 많은 인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랑호리조트 역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본관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빌라형 콘도 27개 동이 불에 타고 골프장도 잔디와 장비 등이 소실됐다.
리조트 지배인 박수동씨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가 됐다 보니, 손님들이 '놀러갈 분위기가 되나'하고 방문을 자제해 예약 취소가 많을 것 같다"며 "작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손님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골프장은 한 달 정도 영업을 못 할 것 같다"며 "불은 꺼졌지만 매연 등 냄새가 방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예약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실제 숙박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피해를 입은 고성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왕면 근처에서 20년간 모텔을 운영했다는 손병남(70)씨는 "불이 나던 날 청소년 검도대회가 있어 예약을 받아 뒀는데 모두 취소됐다"며 "산불이 이렇게 났다는데 누가 여기로 구경을 오겠나"고 하소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차량 2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이 모텔 주차장에는 승용차 한 대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손씨는 "장기적으로 보면 한 달에서 두 달 동안은 경기 같은 행사가 아예 없을 것 같다"며 "국가에서 이 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니까 불에 탄 곳은 지원을 해 주겠지만, 불에 타지 않은 곳들도 함께 피해를 보는 셈이다"고 말했다.
토성면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홍기숙(52)씨는 "옆의 카센터, 서랍 공방 같은 다른 가게들은 다 타 버리고 우리 가게만 남았다"며 "다른 때 혼자서 지나가다가 식사하는 손님들이 있곤 했는데, 그런 손님들마저도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씨는 "관광객들이 위로 차원에서 많이 찾아주실 것 같다는 게 희망이다"며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가게보다 더한 피해를 입은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낙담하지는 않는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강원도소비생활센터 최미숙 주무관은 "지난 주말 동해안에 행사들이 많았지만, 산불이 발생하면서 불이 난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시설 예약 취소 사태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관광지까지 피해를 본 만큼 당분간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