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은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라."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30일 서울 도심에서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 집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형법 제269조 폐지', '낙태죄 폐지'라고 적힌 검은색 망토를 입거나 '낙태죄 위헌', '낙태죄 폐지 새로운 세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유산 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 건강권 보장,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라며 "임신 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남대 페미니즘학회 '팩트'의 수진 씨는 "여성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바에 따라 아이를 낳는 사회를 요구한다"며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형법 269조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던 시절 임신 3∼4주 때 임신 사실을 알고 20살 지인에게 신분증을 빌려 어렵게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라일락' 씨는 "이 사회가 청소년도 성적 욕망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포괄적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임신 중절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학교 밖 청소년과 성소수자 청소년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호응을 끌어냈다.
'라일락' 씨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상은 청소년에게도 안전하고 주체적인 임신 중절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청소년으로서 받은 부당한 낙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과 안국동 등 도심 일대를 행진했다.
비슷한 시각 세종대로 맞은 편 원표공원에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을 비롯한 47개 단체가 '낙태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아는 생명이다', '낙태법 유지는 생명 존중'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이 가장 안전해야 할 모태 속에서 위협받는 것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테러와 집단학살 못지않은 최악의 비극"이라며 "낙태죄라는 명백한 기준이 헌법에서 사라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핸들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생명윤리의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진정한 인권의 나라가 되고, 우리 사회가 미래에도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로서 존속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 낙태죄는 결코 폐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낙태 반대 국민집회에 8살 딸과 8개월 막내를 데리고 나온 '5명 다둥이 엄마' 이신희(43) 씨는 "낙태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낙태는 어떤 이유에서건 허용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