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의 공익신고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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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몰카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정준영이 3월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성접대 의혹과 가수 정준영(30)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 13일 사설 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업체는 과거 정 씨가 수사를 받을 당시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다고 진술한 곳이다.

경찰은 정 씨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가 이 업체의 포렌식 과정을 거쳐 복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뒤늦은 압수수색에 '제보자 색출'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원본 자료를 넘겼고 수사를 의뢰한 만큼 압수수색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권익위에 공익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루라도 빨리 제보자를 찾으려고 하는 모양으로 보여 걱정스럽다"며 "공익적인 목적의 제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허술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 변호사의 지적대로 한국의 공익신고자 보호는 정말 허술한 상황일까?

◆ 기업 횡령 신고해도 공익신고자 아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공익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공 분야는 부패방지법으로, 민간 분야의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통해 이뤄진다.

그중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경우, 284개 법률에 따라 공익신고 여부를 가른다.

이번 승리·정준영 등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신고에 대해 권익위에선 신고 내용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란 법률 등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지난 14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버닝썬 건의 경우 공익 신고와 함께 일부는 부패 신고로 처리됐다"며 "부패·공익신고자들이 수사의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어떤 불이익도 입지 않도록 신변 보장조치를 확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 아래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신변보호조치, 책임감면 등을 받거나 보상금 및 구조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공익신고자로 인정을 받고 난 뒤엔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법적으로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공익신고자로 인정을 받는 범위에 형법 등이 빠져있어 기업의 횡령이나 배임, 성폭력 등의 범죄를 고발해도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곧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고자 보호에 근본적인 구멍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16년 발행한 논문 '공익신고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선 한국의 공익신고제도에 대해 "공익침해행위의 유형을 포함시킬 때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하고, 공익침해행위의 유형 및 신고자 보호에 있어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며 "부패방지권익위법과 마찬가지로 공익침해행위를 포괄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영국 공익신고법(사진=영국 법률 정보 사이트 화면 캡쳐)

 


실제 휘슬 블로어 'whistle blower'(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공익제보자)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은 공익신고법(Public Interest Disclosure Act)를 통해 공익침해 행위를 범죄 행위 등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일단 대상 법률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김기창 신고자보호과장은 14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공익신고 대상 법률을 계속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익신고자 보호, 현실엔 틈새가 있다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와 15조에선 공익신고자의 동의 없이 신원을 노출하는 행위를 비롯해 해임, 따돌림 등의 불이익 조치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신고자의 신원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경기도 시흥의 속칭 '사무장 병원'을 수사했던 경찰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하기도 했다.

 


보도자료에 병원 전 원무부장으로부터 해당 병원의 혐의를 제보 받았다는 내용을 넣은 것이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경찰관은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권익위에서 불이익 취소 결정을 내려도 공익신고자에게 반복적인 보복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KT의 '세계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 조작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이해관 전 케이티새노조 위원장은 KT로부터 3차례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권익위는 KT가 이 씨에 내린 정직과 전보 조치를 내부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 보고 징계 취소를 결정했지만, KT는 2016년 다시 이 씨에 감봉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재학 건국대법학연구소 연구원은 2017년 논문 '공익신고자제도 활성화를 위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시행령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내부공익신고자의 신원정보가 노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위험성이 반복되지 않도록 담당 기관 및 소속 직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신원노출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익위 또한 이와 같은 문제를 인제하고 해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권익위 김기창 과장은 14일 간담회에서 "비밀보장 위반 건의 경우 신고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기관에 자료요구를 했을 때 신속히 제출될 수 있도록 과태료 부과 등 행정수단을 확보하는 부분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장기적 지원 목소리도

삼성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당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왼쪽)가 2007년 11월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가진 2차 기자회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한편, 공익신고자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신자 낙인'이나 따돌림 등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 등이 2017년 공익제보자 14명을 대상으로 심리 분석을 한 결과 제보자들 다수가 조직 내부에서 차별을 겪는 것은 물론, 생계에 타격을 줄 정도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정신건강에 피해를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교수 등은 2017년 논문 '공익제보자들이 경험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조직의 보복행위가 우려할 만큼 치명적"이라며 전반적인 조직적 차별 처우에 대한 대안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적었다.

이에 2017년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이 공익신고자 지원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익 신고 이후 직장에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되거나 법정 소송에 시달리는 경우 제보자를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 당시 기금 설치 등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이사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조직에서 신고자가 누군지 알게 된다"며 "공익신고자를 지원하는 기금이 입법화돼 법률 상담이나 재취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권익위도 연구용역을 통해 (공익신고자를 위한) 공익기금을 마련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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