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본격 당직 인선에 돌입한 가운데 친박계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통전)'에 관심이 쏠린다.
황 대표는 지난달 2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내 계파 청산과 통합을 천명했지만, '원조 친박계'로 알려진 한선교 의원(4선)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등 다수 친박계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배치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서실장에 이헌승(재선), 전략기획부총장에 추경호(초선), 당 대변인에 민경욱·전희경 의원(초선)을 각각 임명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는 복당파 출신 김세연 의원(3선)을 내정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 체제 하 당직 인선 과정에서 '통전' 출신들이 돋보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8월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며 친박 성향 초재선 의원 13명으로 결성된 '통전'은 당시 비박계 지도부인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멤버는 김기선·김도읍·박대출·박맹우·윤영석·이완영·정용기 의원(재선)과 강석진·민경욱·박완수·송희경·엄용수·이은권 의원(초선) 등 13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김정재·백승주·송언석·이만희·추경호 의원 등이 추가 합류해 현재는 2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당직 인선에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추경호, 당 대변인 민경욱, 중앙여성위원장 송희경 의원이 발탁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통전' 창립을 주도한 한 의원에 따르면 해당 모임은 당 지도부 등을 겨냥해 '쓴소리'를 내기 위해 결성됐다는 후문이다.
창립 당시 지도부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비박계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박계 대항마 모임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전'은 굵직한 당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친박계 내지 범(凡)친박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세(勢)를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검토했던 나경원, 유기준, 김영우, 김학용 의원 등이 '통전'이 초청한 토론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사실상 당내 계파가 분화된 상태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비박계를 제외하면 단일 모임으로는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통전'이 물밑 지원한 나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통전'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통전'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월 당 대표 후보였던 황교안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통전'은 입장문을 통해 "불필요한 논쟁을 즉각 중단하라"며 황 전 총리 출마에 힘을 실었다.
황 대표 입장에선 정치권 입문 후 최대 위기였던 출마자격 논란을 '통전'의 지원사격 속에서 돌파한 셈이다. 따라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통전' 출신들을 중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내에선 이같은 당직 인선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인선된 당직 전체를 고려하면 계파 배분이라고 예단하기 힘들다는 주장과 황 대표가 친정체제 구축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맞선다.
당내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황 대표 입장에선 자신에게 편한 사람 위주로 당직을 배치한 것 같다"며 "이번 인선은 탕평이니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향후 개혁 프로그램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통화에서 "황 대표 나름대로 고민해서 '친박 컬러'를 빼기 위해 인선했음에도 언론에는 프레임을 기준으로 보도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친박계를 많이 두자니 '계파갈등' 오해에 빠질 수 있고, 비박계를 쓰자니 당 지도부 장악에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이라며 "지도부 구성 비율에서 각 계파가 비슷해 '인선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