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 창안구(長安區) 두취진(杜曲鎭) 한국광복군 제2지대 기념공원에서 광복군 후손인 자오성린(赵生林·72)씨가 헝겊으로 기념비를 닦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해방 직후 태어난 한 광복군 후손이 중국 내 주둔지에 남겨진 채 70년을 살다 기념비를 지키며 친족을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달 15일 중국 시안시(西安市) 창안구(長安區) 두취진(杜曲鎭) 소재 광복군 제2지대 기념공원을 찾아 공원 관리인 자오성린(赵生林·72)씨를 만났다.
두취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한국광복군의 주력부대인 제2지대(지대장 이범석 장군) 주둔지였다. 2지대는 이곳에 터를 잡고 1945년 봄 미국 정보기관 전략첩보국 OSS와 함께 국내침투 비밀훈련을 감행했다.
중국 시안시(西安市) 창안구(長安區) 두취진(杜曲鎭) 중난산(終南山) 자락에서 한국광복군 제2지대와 미국 전략첩보국 OSS가 벌였던 국내침투 비밀훈련을 재현한 모습(사진=독립기념관 제공)
우리 외교당국 기록과 본인·중국 시안박물원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오씨는 해방 이후인 1947년 5월 25일 한국인 광복군 대원의 쌍둥이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후 사흘 만에 중국인 자오이헝(赵义恒)씨 가족에 입양됐고, 의붓아버지 성을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 친부모는 한 달 뒤 쌍둥이 형만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자오씨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없지만, 한국으로 떠나신 부모님이 광복군으로 활동했다고 들었다"며 "이곳에서 군 관련 직책을 맡으셨던 양부에게 어린 나를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시안 시내로부터 20km쯤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왔으며 도시인들이 쉬이 알아듣지 못하는 강한 억양의 사투리를 썼다.
호적에는 중국 국적으로 등록됐지만 사실상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분류될 때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젊은 시절 입대나 취직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등 삶이 순탄치 못했다고 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광복군 후손 자오성린(赵生林·72)씨(사진=김광일 기자)
자오씨는 "양부와 마을 사람들은 제 친부의 성이 이(李)씨라고 하더라"며 "한·중 수교 이후 친부를 찾기 위해 한국의 독립기념관 등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했다.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 원한 가져서 무얼 하겠나. 나이도 벌써 이만큼 되지 않느냐"며 씩 웃어 보였다.
시안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저희도 자오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모로 챙기고 있다"며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건은 친부모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씨는 현재 부인과 함께 살며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광복군 제2지대 본부가 있던, 지금은 당국의 양식창고로 쓰이는 곳 바로 옆에 2014년 공원이 세워지면서 공원과 기념비석의 관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