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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 '돈맛' 안 북한, '장마당' 통해 내수 경제 먹여 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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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북한 정부, 7.1 조치 통해 정책적으로 장마당 허용, 현재 400여개
생필품부터 가축, 석탄까지…南·美 제품 통제하지만 신라면·쿠쿠밥솥 인기리에 팔려
달러·위안·엔·유로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외화 없이 시장 거래 불가능
고난의 행군, 식량난을 온 몸으로 겪은 '장마당 세대', 개인의 부 중시
시장 경제 익숙한 젊은 세대, 현재 북한 내수 경제 먹여 살려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홍기자의 쏘왓="">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 가지고 나왔나요?

◆ 홍영선> 내일이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잖아요? 이번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또 더 나아가서는 남북 경제협력 얘기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남북 경제 협력을 하기 전에 우리가 북한 경제를 잘 알아야 할텐데 잘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마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임미현> 장마당,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을 말하는 거죠?

◆ 홍영선> 네 우리로 치면 시장인데요. 북한 주민의 생계를 좌우하는 현실적인 유통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마당을 빼놓고는 북한 경제를 설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더라고요.

자료출처=통일연구원, 북한 전국 시장 정보: 공식시장 현황을 중심으로 (2016)

 

◇ 임미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정권이 개인 간 물물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어떻게 보면 가장 자본주의적인 체제를 인정하는 게 굉장히 특이한데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 홍영선> 90년대 대기근 사태 때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급이 완전히 끊기니까 살기 위해서 너도나도 물건을 들고 와서 팔면서 시작된거죠.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거죠.

◇ 임미현> 만들어질 순 있다고 보는데, 당국이 인정한 거죠? 특별히 북한이 이 시장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홍영선> 2002년 북한 정부가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하면서 정책적으로 장마당을 허용했고요. 정부가 장마당을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대규모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2009년 북한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크게 실패했고 결국 주민들에게 사과까지 했죠.

◇ 임미현> 그럼 후계자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봤겠네요?

◆ 홍영선> 네 '주민의 생계를 건드리면 권력자도 실패할 수 있겠구나' 이런 걸 깨달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시장 통제를 거의 포기했습니다. 오히려 장마당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게 되죠.

◇ 임미현> 그럼 장마당은 북한 정권의 승인을 받은 거네요? 장마당 규모가 얼마나 될까요?

◆ 홍영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 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북한 전역에 장마당 수는 약 200개였지만, 2017년엔 468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허용한 공식 시장만 400개가 넘고 종사자 수는 110만명에 달하고요.

장마당 관련 종사자와 가족을 포함하면 북한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장마당에서 얻고 있는 셈이죠.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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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우리나라처럼 다 파는 건가요?

◆홍영선> '장마당엔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없는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당국 요구에 따라 시장에서 통제하는 물품이 있긴 한데요. 보통은 우리나라나 미국 제품을 못 팔게 하지만 다 몰래몰래 판다고 하고요. 한국의 신라면, 밥솥인 쿠쿠도 인기 제품이라고 합니다.

이 장마당에는 돈주, 매대상인, 메뚜기 장사꾼 등 다양한 직군이 있는데요. 이런 직군을 게임화해서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도 열렸습니다.

교육서비스 업체 '놀공'의 이은택 프로젝트 매니저입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메뚜기 장사꾼을 했던 친구가 인턴을 했어요. 이 친구는 두부밥 장사를 했는데, 고난의 행군 때 생긴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성년자 였는데 새벽에 두부밥을 만드는 가정집에 가서 만드는 걸 도와준 다음 싼 값에 떼어 새벽에 청진 바닷가 앞에서 어부들에게 두부밥을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장마당 매대에서 파는게 아니라 근처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파는 '메뚜기 장사꾼'이었던 거에요.

이런 설명을 듣는데 장마당에 있는 직군들의 단어 자체가 재밌었고, 이 직군들을 통해 장마당 안의 구도, 일상까지 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8명의 캐릭터 얘기가 나왔죠. ①메뚜기 장사꾼 ②시장관리원(메뚜기 장사꾼 등을 쫓아내며 시장을 관리하는 사람) ③매대 상인(장세를 내고 합법적으로 일하는 사람) ④행방꾼(도와 도를 다니는 도매상) ⑤달리기꾼(행방꾼 물건을 떼다 파는 소매상) ⑥돈주(신흥 부자들, 사금융 역할을 하는 사람들) ⑦구르마꾼(짐을 나르는 유통서비스를 하는 사람) ⑧장마당세대 이렇게 캐릭터를 체험해보는 전시였습니다."

그래픽=김성기 PD

 

◆ 홍영선> 특히 이 돈주는 무역일꾼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자금을 김일성 김정일 기금이나 각종 지원 사업 명목으로 나라에 바치면서 '노력영웅' 칭호까지 얻고 있습니다.

◇ 임미현> 돈주가 거의 사금융으로서 금융기관 역할을 하는 셈이군요. 거의 시장경제의 순환 체계와 비슷하네요. 그럼 북한 돈은 달러인가요?

◆ 홍영선> 북한은 달러와 위안, 엔, 유로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달러는 평양 시내의 거의 모든 상점, 식당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요.

원래 북한은 3차 화폐개혁(79년 4월) 이전까지는 달러를 인정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70년대 들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달러화와 엔화를 비롯해 자본주의 국가의 화폐를 사용하면서 외화에 대한 탐욕이 자라났고 지금은 외화 없이는 시장 거래가 불가능한 사회가 됐습니다.

◇ 임미현> 북한 환율은 어떻게 되나요?

◆ 홍영선> 북한에는 두 개의 환율이 있습니다. 공식 환율과 장마당 환율이죠. 2018년 7월 현재 북한에서 발표한 공식 환율은 1달러당 102~112원인데요. 공식 환전소에서 적용이 되는데, 여기서 환전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합니다. 1달러를 들고 인근 시장에 가면 북한 돈 8400원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북한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북한 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한 건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실시한 5차례의 화폐 개혁 때문입니다. 2009년 11월에 한 5차 화폐 개혁에서 구화폐 100원을 신화폐 1원으로 바꾸었고 1인당 교환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했는데요. 당시 북한 쌀값이 1kg에 2200원이었는데 결국 쌀 45kg을 살 수 있는 돈 외에는 전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거죠.

이런 장마당은 새로운 세대도 만들어냈습니다.

◇ 임미현> 세대요? 장마당을 겪은 세대인 건가요?

◆ 홍영선> 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말하는데요. 장마당이라는 시장 경제를 경험한 신세대, 이른바 '장마당 세대'라고 불립니다.

이 장마당 세대가 태어났을 때 북한은 국가 배급망이 붕괴되었고요 부모인 고난의 행군 세대가 국가가 아닌 장마당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자식 세대를 먹여 살렸습니다.

장마당 세대인 탈북자 김필주(33)씨입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난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에요. 공교육의 헤택을 못받았고 식량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세대고, 아사로 가장 많이 죽은 세대기도 하죠. 이미 장마당을 활용해서 어찌 보면 북한의 내수 경제를 책임지고 있고요.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는 석탄 7~8kg을 구르마(손수레)에 실어 8km를 끌고 가서 팔았어요. 석탄 장사로 떨어지는 이윤으로는 모든 식구가 먹기 부족해서 조금 규모가 큰 라진선봉까지 갔어요. 라진 달리기 같은 경우 2박 3일을 걸어가야 하는데, 염소나 개를 끌고 가서 팔았습니다.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세뇌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환경을 살아서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나 교육으로부터 많이 유연해질 수 있는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죠. 시장을 스스로 만들고 자본주의인지도 모르면서도 몸으로 익히고 살아가고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이전 세대와의 차이가 있어요."

◇ 임미현> 이 장마당 세대는 이전 세대와도 참 달라 보이네요.

◆ 홍영선> 장마당 세대의 특성상 집단의 이익이나 가치보다 개인의 부를 중시합니다. 성장기부터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 체제에 눈을 뜬 젊은 세대가 사회 변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죠.

◇ 임미현> 이러한 장마당 세대가 점차 북한의 핵심이 될 텐데요. 어떤 역할을 할까요?

◆ 홍영선>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등이 완화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본격화한다면 시장 체제에 익숙한 장마당 세대가 외국 자본을 견제하거나 연합할 수도 있고 북한 체제를 안정화 시키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평가 받습니다.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자본주의적 요소가 몸에 베어 있는 세대에요. 내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게 없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명쾌하잖아요. 사회주의는 배급이 있고 공동체가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선 그런 게 없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선 엄청난 학습을 했을 거라 믿고요. 북한 장마당에서 경쟁을 해봤잖아요. 그런 순기능 측면이 강화됐을 거라고 보고요.

또 자본주의체제에서 더 많이 팔면 내가 잘 먹고 잘 살잖아요. 이러면 개인주의 성향이 높아지지요. 과거 사회주의 체제, 공동체 주의에서 북한 체제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내구성 약화시키는 그런 효과를 가져 올 거라고 봐요. 하지만 그게 당장은 아닐거 같고요."

◆ 홍영선> 이렇게 시장주의를 겪으며 성장한 젊은 세대들은 웬만하면 돈이 되는 직업을 얻고자 하는 것은 물론, 택시 운전이나 방앗간 운영 등 벌이가 좋은 개인 사업을 병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투잡'일 일반화 돼있다는건데요. 대학교, 학과를 선택할 때도 돈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요. 무역, 경제 관련 학과 등 소위 돈 벌기 좋은 학과들이 인기가 많다고요.

우리랑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지 않나요? 북한의 시장화, 그리고 시장경제가 익숙한 세대들이 자라나면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됩니다.

◇ 임미현>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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