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오규석 기장군수에게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오 군수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뒤 법원을 나섰다. (사진=송호재 기자)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과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오 군수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오 군수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기장군 공무원 A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오 군수가 2015년 5급 승진 인사 과정에서 특정 승진 대상자의 이름에 별도의 표기를 함으로써 사실상 단독으로 승진자를 결정해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오규석 군수는 당시 승진 대상자 17명의 이름 옆에 별도의 표시를 했고, 이들은 인사위원회의 형식적 심의를 거쳐 그대로 의결됐다"며 "사실상 오규석 군수가 단독으로 승진자를 결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김 판사는 "오 군수는 자신의 추천으로 인사위원회 권한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며 "또 인사위원회의 심의 의결 과정이 이전부터 형식적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특정인을 승진자로 추천하는 등 부당하게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직업 공무원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불법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다만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개인적인 이익이나 대가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재범 위험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 군수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부당한 지시에 응할 의무가 없고, 오히려 지적하고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며 "개인적인 불이익을 염두한 나머지 위법한 지시를 실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책임이 무겁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진 임용 예정인원을 16명에서 17명에서 늘리는 등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와 공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는 "승진 예정인원을 산정하는 주체는 지자체장이며 만약 이를 위법하게 산정한다 해도 인사위원회의 구체적이고 현식적인 직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죄라고 판단했다.
오 군수는 2015년 7월 기장군 공무원 5급 승진 인사에서 승진 정원과 승진임용예정범위를 늘리고 사전에 승진 대상자를 지정하는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벌금형을 받은 오 군수는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을 비롯한 공무원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게 될 경우 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오규석 기장군수는 "안타깝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오 군수와 대립각을 세워온 기장군 공무원 노조는 오 군수의 사과를 요구하며 새로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장군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오규석 군수는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자숙하는 심정으로 군정에 매진하며 특히 직권남용으로 피해를 본 공무원들에게 깊이 사죄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판결이 갈등과 대립, 불신을 없애고 새로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