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위해 '증인'이 된 지우, 김향기의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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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증인' 지우 역 김향기 ①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증인'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라고 예상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인물은 접근하기도 표현하기도 어려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김향기는 영화 '증인'에 출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지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나 가족, 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청소년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섬세하면서도 남다른 관점의 영화를 만들어 온 이한 감독의 신작 '증인'의 첫인상은 '따뜻함'이었다. 작위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운 깔끔함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대사와 몸짓, 혹은 표정을 곱씹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또다시 생각해 봤다. 김향기도 '증인'이라는 영화가 내뿜는 온기를 발견했을 거라고.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 애쓴 끝에 편견을 조금씩 허물어가고, 비로소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을 거라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다행히 이 '예단'이 완전히 틀리지만은 않았다.

오늘(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에서 살인 의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를,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제(1월 21일) '증인'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저도 처음 봤는데 기분이 되게 좋은 상태로 언론 시사회를 했다. 질문을 받고 감독님께서도 (정)우성 배우님께서도 대답해주시고, (이걸) 주고받고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한 인물에 치우치지 않고, (영화에) 함께 나왔던 그 모든 인물들이 생각이 나는 거다, 대답을 하면서도. 그래서 되게 기분좋게 시사회 했던 것 같다. 캐릭터들이 정말 하나하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예상보다 더 웃었다.

▶ '증인'에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 지우 역할을 맡았다. 캐스팅에 응한 계기는.

결정하는 데는 오히려 (웃음)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던 것 같다. (웃음) 감독님께서 '증인'이라는 시나리오 보냈는데 향기가 맡을 역할은 지우 캐릭터다, 어땠는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간단히 연락해 주셨다. 시나리오 읽고 결정하는 데는 오히려 큰 대화가 오가거나 고민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결정하고 나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의 대화들이 더 많았다.

김향기가 맡은 지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소녀다.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해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증인'에 함께하게 된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일단 그냥 시나리오를 봤는데 시나리오가 되게 좋았다. 담고 있는 소통의 과정이 과하지 않고, 뭔가 매끄럽고 되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그 흘러가는 느낌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도 있고. 그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오해와 편견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시켜주는 작품이지 않나. 저에게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관객분들께서도 보셨을 때 되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된 거 같고. 감독님의 감성, (웃음) 이한 감독님의 감성과 너무 잘 맞는 작품의 시나리오인 거 같아서 잘 그려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까 더 믿음이 갔던 거 같고.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감성들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었다.

▶ 지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소녀로 나온다.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특히 힘들었던 점이 있는지.

어려웠다기보단 부담이었다. 지우를 연기하면서 지우와 같은 증세를 가진 친구들의 부모님, 지인들이 저희 영화를 보셨을 때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보니까… (조심스럽게) 표현을 하고 연기를 하더라도 함께 그 인생을 살아오셨던 분들에게는 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작은 부분도 크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 지점 때문에 어떻게 내가 표현해야 할까에 대해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럴수록 정말 순간순간 지우가 느꼈던 감정을, 지우가 받아들이는 감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막상 촬영할 때는 부담이 덜어지더라. 혼자 연습해보고 대사할 때는 그런(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영상과 자료를 되게 많이 준비해주셨다. 책도 읽고 영화 보고 하면서 준비하는 게 있었다. 오히려 저는 현장에서 맞췄던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기본적인 감각이라든지, 특성은 자료들을 통해 익혔다.

▶ 지우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정상'인 부분만 강조되진 않는다. 특히 "자폐가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라는 엄마 현정(장영남 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깊이 이해하는 검사 희중(이규형 분), 아직 서툴지만 지우와 진정 소통하고 싶어 하는 순호(정우성 분) 등을 등장시키는 등 시선이 섬세하다고 느꼈다.

저는 정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실제 시나리오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떠한 살인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인 지우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지우와 순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잘 담긴 영화여서, 오히려 영화를 보시면서 편안하게 흘러간다고 느끼실 것 같다. 저도 촬영하면서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이제 희중 검사님은 굉장히 지우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삼촌 같은 인물인 거다. 마음이 통하고 장난도 치고 귀엽게! (웃음) 그런 인물들이 주변에 있다 보니까 순호도 함께 변해가고 배워가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 인물에게 이해의 과정, 소통의 과정을 알아가게 해 주는 점이 중점이 된 작품인 것 같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향기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우는 초침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집중할 수 없다고 할 만큼 감각이 예민하다.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서는 것은 대단히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고. 그런데도 지우는 증인이 되고 싶다며 다시 법정에 선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겉으로 표현은 많이 하지 않지만 그전에도 상황상황마다 지우는 많은 생각을 하는 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심한 듯 보여도 늘 고민해 왔고, 결국에는 순호 아저씨에게, 그리고 희중 삼촌에게 한 번 더 믿음을 가진 거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한 번 더 믿음을 갖고, 딱 그 결정을 했던 것 같다. 쭉 고민을 하다가 지우가 '아, 나는 한 번 더 증인이 되고 싶다'는 결론을 도출한 거다. 자기 마음속에서. 그래서 용기를 내어 또 한 번 증인으로 선 것 같다.

▶ 지우는 엄마에게 증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주고 싶어"라고 말한다. 그만큼 지우에게 '진실'은 중요한 것일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게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지 않나. 또, 옳고 그름도 아는 거다. 뭐가 옳은 일이고 나쁜 일인지는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지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거(미란이 무죄를 받은 판결)는 나쁘다,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진실을 밝히고 싶어"라고 입 밖으로 얘기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나한테는 맞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결정한 거라고 본다.

▶ 극중 지우처럼 본인도 옳음이나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내 본 적이 있나.

사소한 것에서 되게 많은 거 같다. '증인'에서의 지우는 자기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일에서 그런 결정을 한 거고. 되게 많지 않을까, 일상적인 것들… 좀 웃기긴 하지만 어렸을 때도 형제자매랑 싸울 때 내 잘못이 더 커도 어떤 오해가 있어서 (웃음) 오빠가 더 혼났을 때 내 잘못을 (부모님께)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순수한 아이의 선택이 될 수도 있고.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있을 것 같다.

▶ "사람 마음이 참 어려워요. 신애는 늘 웃는 얼굴인데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인데 나를 사랑해요. 아저씨는 웃는 얼굴인데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고 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극중 지우처럼 진심을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저기 있었는지 궁금하다.

저는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지우는 이제 추상적인 것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거다. 있는 그대로 말을 받아들이다 보니까, 윤동주의 시 '눈'을 읽는 첫 장면에서도 성격을 보여주지 않나. 추상적인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근데 인간은 그렇지 않을까. 뭔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다를 수 있고, 또 한 가지 감정만 드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다 보니까 애매모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되게 어려움을 겪는 거다. (지우는) 솔직한 아이고 굉장히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좀 무심해 보이지만, 취향은 확고하고. 순수한 아이에게서 나오는 행동이 있기 때문에 미워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우의) 복합적인 감정이 어렵게 다가왔다. 저는 그런 경험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지우는 극중에서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히 답할 수만은 없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아까 영화를 보면서 예상보다 더 웃었다고 밝혔는데 혹시 재미있었던 장면을 꼽아줄 수 있나.

저는 제 장면보다는 다른 분들 장면에서 많이 웃었다. 예상치 못했던 장면들? 순호와 아버지(박근형 분)의 장면도 되게 재밌었다. 재판장님도 재밌으셨고. 엄숙할 수 있는 장면, 툭툭 던지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더라. 저는 제가 나오지 않는 부분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내가 나온 영화가 아닌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봤던 것 같다.

▶ 가벼운 질문이다. 지우는 여러 가지 소품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친구인데, 거기서 실제로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 보는 것! '보노보노' 보는 것. 저도 실제로 짱구를 좋아해서 (웃음) 자주 보는데, 이게 잘 보면 보노보노의 모든 에피소드가 아니라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돌려보며 따라 하는 거다. 저도 좋아하는 건 봤던 것도 재밌어서 자주 돌려보게 되더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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