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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수수색 영장, 모호할 땐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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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압수수색 영장 해석 기준 제시…수사관행 영향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의 문구가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경우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한 해석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향후 수사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검찰은 2015년 4월 관세법 위반 혐의 사건의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들은 2010년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수출하는 물건의 가격을 낮게 신고해 홍콩으로 돈을 빼돌리고, 이 돈의 일부를 세탁해 국내에서 몰래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자료(전표 및 회계장부, 관련 세금계산서) 및 입‧출금거래 내역 및 통장(상기 범행에 사용된 회사, 사장, 직원 및 가족명의 포함)" 등을 압수대상으로 영장에 기재했다.

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서울세관팀은 영장을 근거로 피의자 나모씨 친동생의 장모 김모씨와 부인 이모씨 이름으로 된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1심은 이 압수물을 적법한 증거로 인정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민법상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일 뿐, 직계혈족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혈종,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근거로 나씨 친동생의 장모와 부인은 가족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문구가 △입증하려는 혐의사실 △압수장소 △압수대상 등을 명확하게 특정하고 간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등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를 금지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문구 자체로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문구를 작성한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역시 압수수색 영장에서 명시한 '가족'은 '피의자 나씨의 가족'으로 해석해야 하고, 회사의 가족, 사장의 가족, 직원의 가족으로 해석할 경우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돼 포괄적‧일반적인 영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압수대상을 특정할 때 미리 압수물을 완벽하게 특정할 수 없다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모든 문서 및 물건'이나 여러가지 압수물 을 열거한 뒤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압수수색 영장의 일반적인 해석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며 "향후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및 집행 사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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