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48)씨는 이번 주말 가족들과 놀이공원을 가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온다는 말에 계획을 바꾸거나 아예 포기할까 생각 중이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말 나들이에 무관심한 아들(고2)은 미세먼지를 핑계 삼아 일찍부터 집에 남겠다고 했지만, 딸(중3)은 마스크를 쓰고 실내 놀이공원이라도 가자며 보채고 있다. 반면 아내는 숲에 가면 미세먼지가 좀 덜하지 않겠냐면서 가까운 휴양림에 가서 걷자고 한다.
이 가족에게 어떤 나들이가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까. 5명의 미세먼지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을 제시하고 의견을 들어봤다. 답변은 찬성에 가까운 의견이 3명으로 다소 우세했지만, 아직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만약 외출하게 된다면 꼭 마스크를 쓰라고 한결같이 권고했다.
다음은 전문가 5명의 의견이다.
◇ "야외활동이 이익 더 커…나들이해도 괜찮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신체 활동에 따른 건강상의 이익이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체 활동 장소로는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더 심한 도시 주변보다 숲이 울창한 공원이 낫다.
아내가 얘기하는 휴양림이 좋겠다. 우리는 지금 미세먼지의 위험성만 부각되다 보니, 균형 있는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건강 위해성을 지적하는 단편의 연구결과가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지식으로 인정될 정도로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가족 모두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마스크를 갖추고, 공원으로 나들이해보기를 권한다.(권호장 단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 "영유아 없다면 나들이 괜찮아…놀이공원보다는 휴양림"
당일의 미세먼지 농도가 판단에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미세먼지 농도가 50㎍/m³수준을 넘지 않고, 영유아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나들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세먼지 속에 놀이공원 외출은 권장하지 않는다.
미세먼지의 단순 농도도 중요하지만, 놀이공원에 가면 아이들의 경우 강한 신체활동 때문에 미세먼지 흡입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번 가족의 사례라면 휴양림에 가서, 가볍게 걷는 게 좋겠다. 물론 마스크는 꼭 지참하고 해당 장소의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성렬 순천향대 환경보건 융복합연구센터 교수)
◇ "신체 활동 바람직하지만 당일 농도가 변수…마스크 필수"
미세먼지가 있다 해도 움츠러들기보다는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만큼 심한 날은 휴양림이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어 실내활동을 권하고 싶다. 다만, 외출이 꼭 필요하다면 마스크를 밀착해 써야 한다.
답답하다거나, 화장이 지워진다거나, 얼굴에 자국이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헐겁게 쓰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겨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있다.
마스크를 넓게 펼쳐 코와 턱 전체를 가리고, 철사로 된 코 지지대를 꼭꼭 눌러 마스크 윗부분이 코에 단단히 밀착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머리카락이나 수염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빈틈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휴지 등을 마스크 안에 덧대 사용하는 것도 밀착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금물이다.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미세먼지 땐 나들이 삼가야…실내 물청소하면 공기 개선에 효과"
만약 미세먼지 관련 경고가 발령될 정도의 날씨라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외출을 삼가라는 건 불가피하게 응급상황이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집에 있으라는 얘기다. 놀이공원은 더더욱 안된다.
숲에 가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라면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효과가 미미하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주말이라도 집에서 보내기를 권한다. 집에서 신선한 과일·채소를 많이 먹으면서, 실내공기가 탁해졌다고 생각될 땐 잠깐 문을 열고 물청소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공기청정기가 있다면 실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
◇ "나들이 장소, 미세먼지 농도부터 살펴야"
미세먼지 농도는 실내나 숲이라고 해서 반드시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장소별, 상황별 미세먼지 농도를 알 수 있다면 그에 따라 가족 나들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가족 중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세먼지 속 나들이는 피해야 한다.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