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덕양 제3공장을 방문, 공장 관계자에게 수소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기업인을 만나고 산업단지를 방문하는 등 혁신성장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과 15일 '대기업·중견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밝힌 대로 기업 기살리기, 투자환경 조성, 규제혁파 등을 강조하며 '우회전 깜빡이'를 연일 켜는 모양새다.
◇ '산업 수도' 울산에서 '수소경제' 천명…미래 먹거리 창출 강조문 대통령은 17일 새해 첫 지역 현장방문 일정으로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공단이 밀집한 울산을 찾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수소경제' 가치를 설파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95%인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부터 시작해 각종 기계장치 에너지원을 수소로 바꾸고,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국내 수소경제 부품업체 등 배후단지까지 감안하면 2030년까지 고용유발인원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도 강조하며 경제활력 제고의 한 축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0개월인 지난해까지가 혁신적 포용 국가로 전환의 기틀을 놓은 시기였다면, 집권 중반기가 시작되는 2019년부터는 혁신 성과를 내고 이를 제도화하는 도약기라는 다짐을 친기업 현장 행보를 통해 강조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책상 속에 넣어두었던 혁신을 모두 꺼내주시길 기대한다. 함께 꽃피우겠다"며 규제샌드박스 시행 첫날의 기대감을 가감없이 표했다.
또 "그동안 규제로 인해 꿈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한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기업은 신나게 새제품을 만들고 신기술,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우리 경제의 활력도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소득에서 포용, 그리고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 이동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혁신성장'에 큰 무게를 뒀다.
신년기자회견 모두 연설의 2/3 이상을 경제문제에 할애했고 '혁신'이라는 단어는 21번, '성장'은 29번, 경제는 35번 언급하면서 집권 중반기 핵심정책으로 '혁신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취임 초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여력을 확보해 수출은 물론 경제성장의 다른 쪽 날개인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서 혁신성장, 기업투자 활성화, 각종 규제혁파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일 경제활력 제고와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현장 행보를 늘리는 등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 배경에는 보수진영과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이 계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극화와 경제불균형 해소라는 J노믹스의 핵심 철학이 오히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그토록 강조했던 일자리 창출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분석된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명을 넘지 못한 9만 7000명으로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실업자 수는 107만 3000명으로 3년 연속 100만명을 웃돌면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무엇보다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분배의 개선도 체감되고 있지 않다. 일자리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지난해 가장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의에도 "고용지표 부진이 가장 아팠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대통령 2019 신년기자회견 (사진=청와대)
◇ 靑 "소득주도성장 핵심철학 포기하지 않았다"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라인이 연일 투자활성화와 규제개혁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양극화와 소득불균형 해소라는 경제철학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분배의 개선도 체감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야말로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고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면서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취임 초 밝힌 '다함께 잘 사는 나라' 구상에는 변화가 없음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 초반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이념화되고 정쟁으로 비춰지는 부분에 대한 부담은 있다"며 "하지만 포용적 성장이라는 핵심 가치는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