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 전문기자)
◇ 김현정> 오늘 김현정의 뉴스쇼 행간은 ‘임세원 교수가 남긴 것’을 주제로 합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비슷한 비극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 많은데요. 고발뉴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민동기> 지난달 31일이죠. 임세원 교수는 진료를 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챙긴 고인의 용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추모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조만간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요.
고인의 여동생 임세희 씨.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고인과 유가족이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 김현정> 故 임세원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 어떤 것인가.
◆ 민동기> ‘공감’입니다. 임세원 교수 조문객의 5분의 1이 환자와 환자 가족이었습니다. 고인은 전공의 시절부터 환자의 감사 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20년 모은 편지가 상자에 가득 찼을 정도. 직업윤리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없으면 이건 불가능합니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저희 엄마 공황장애를 5년간 돌봐주신 분인데, 항상 친절하시고 진료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해서 ‘세상에 저런 의사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 김현정> 환자 가족이 쓴 글인가요?
◆ 민동기> 그렇습니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했던 의사. 그런 의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는 환자.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죠.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런 장면’ 보기 어렵습니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다른 사람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고인은 실제 삶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많은 분들이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故 임세원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두 번째 숙제는 뭐죠?
◆ 민동기>‘소신’입니다. 고인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해요. 임세원 교수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책에서 공개했습니다.
동료 의사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기 위해 그린 그림
한국 사회에서 정신과의사가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사회엔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죠. 걱정한 지인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세원 교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경험을 나누고 싶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덕에 고인은 환자와 ‘진정한 공감’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정치인, ‘이런’ 고위공직자, ‘이런’ 기업인, ‘이런’ 법조인. 그리고 ‘이런’ 언론인. 우리 사회 얼마나 있을까. 고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 김현정> 마지막 숙제는 어떤 것인가요.
◆ 민동기>‘사회적 낙인’입니다.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과 낙인’은 심각합니다. 쉬쉬하며 공개를 꺼리는데요. 그런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민의 25.4%가 평생 한 번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 5.1%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13%가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하고요.
무슨 얘기냐? 우리의 정신건강에 그만큼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 더 이상 우울증과 정신질환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사회적 낙인’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정신건강’ 치료에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임세원 교수와 같은 비극적 사건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말. ‘개인 정신건강’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정신건강’도 중요합니다. ‘재벌과 기업의 갑질’이 횡행하고,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이 되고, 노동자가 고공농성 벌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닙니다. ‘사회적 정신건강’ 치료에도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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