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와 과거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때의 '십상시 문건' 파동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이번 김 수사관의 폭로와 십상시 문건 파동 사건은 베일에 가려진 청와대 내부의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워지는 형국 등 닮은 점들이 있다.
하지만 폭로의 경위와 배경 등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 '정권실세 첩보'에 격양된 靑
김 수사관의 폭로와 박 전 행정관의 십상시 문건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정권실세를 건들였다는 점이다.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에 대한 비위 행위를 상부에 보고한 게 화근이 돼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 대사는 친문(親文)의 핵심 중 하나로,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십상시 문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비선 실세'로 판명난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들이 사실상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첩보였다.
또 최순실·정윤회·문고리 3인방과 우 대사에 대한 첩보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현실도 공통점이다.
당시 비선 실세들에 대한 실체 검증은 유야무야됐었다. 우 대사에 대한 비리 의혹도 검찰 단계에서 수사를 거치지 않은 채 불입건됐고, 청와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청와대의 격양된 반응과 대응 역시 닮았다.
김 수사관 폭로와 관련해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김 수사관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 표현하며 폭로 내용에 대해 "불순물"이라고 규정했다. 상대적으로 격앙된 논조였다.
그러면서 김 수사관을 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명의로 고발한 것이다.
십상시 문건 파동이 일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지라시 얘기에 나라가 흔들린다"고 표현했다.
또 박근혜 정부 청와대 역시 박 전 행정관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 등 세 가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박 전 행정관은 2015년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 입 꾹 닫았던 박관천, 폭로전 나선 김태우하지만 사태의 발단과 배경은 두 사건이 사뭇 다른다.
일단 김 수사관의 폭로는 자신에 대한 비위행위가 불거지고 난 이후의 일이다.
부적절한 골프 접대와 경찰조사 개입 의혹 등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나 감찰을 받는 상황에서 폭로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김 수사관이 우 대사에 대한 첩보를 보고한 게 2018년 7월이므로, 1년도 더 지난 시점이다. 1년도 더 지난 첩보를 문제 삼아 현재 내쫓았다는 주장에는 더 많은 근거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김 수사관의 폭로에도 일각에서는 비위 행위를 덮거나 혹은 청와대에 앙갚음을 하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는 해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본인이 비위가 있는 것을 감추고 오히려 사건들을 부풀리고 왜곡하고 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박 전 행정관은 고의적으로 십상시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정황은 없는 데다, 문건 공개 이후 입을 닫았다. 항명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김 수사관과 박 전 행정관에 대한 평가도 차이가 난다.
김 수사관의 비위 행위나 첩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개인적 일탈"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김 수사관의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반면 박 전 행정관과 관련해서는 당시 개인의 인품이나 행실이 특별히 도마에 오르지 않았다.
2014년 박 전 행정관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행정관의 첩보와 관련해 '60% 정도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