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공유경제'란 신(新)성장모델과 기존 업계 간의 갈등이 '분신' 사태로 극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를 풀어야할 정치권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정부여당은 지난 10일 카풀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기사 최모(57) 씨가 분신해 목슴을 끊은 이후 일단 택시업계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카풀.택시TF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한 뒤 "다양한 택시지원책을 준비하고 있고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납금폐지 및 월급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당정이 택시업계 편을 들어주는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사실 이전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난 11월 1일 출범한 카풀.택시TF는 현재까지 4차례의 회의를 거쳤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입장을 내지 못했다.
'공유경제'란 새로운 경제모델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기존 택시업계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연착륙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그 사이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오는 17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만큼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었다.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국회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대기업은 사업을 강행했고, 벼랑끝에 몰린 택시기사들이 반발하면서 분신 사태까지 빚어졌다.
결국 카카오는 서비스 개시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 新성장모델 vs 기존 업계 생존권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0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공유경제는 한 제품을 여럿이 나눠 쓰는 개념이다. 자동차나 주택 등 가격대가 높고 혼자서는 온전한 소비를 하기 힘든 제품들을 나눠쓰는 경우를 흔히 공유경제라고 한다.
대표적인 공유경제 중 하나가 바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 BnB) 서비스다.
우버는 개인이 차량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게 하는 서비스고,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부동산을 이용해 숙박업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지만, 우버는 일부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라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택시업계나 숙박업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성 업계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카풀을 둘러싼 논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의원들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도입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공유경제는 늘 명과 암이 갈리는 평가를 받아왔다. 예를 들어,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도 많은 개인들이 사업을 택시나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안전 문제에 있어서 '불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향후에도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기존 업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존 업계를 밀어내고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카풀이 시행되면 기존 택시업계의 구조조정 등을 위한 비용이 불가피한데 새로운 파이를 차지할 카톡도 뭔가를 해야하는데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실업 대책 등 사회안전망에 미약한 우리의 현실도 새로운 산업이 불러올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