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ㆍ최고위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상임위별 당정협의도 매월 정례화 하였고 수시 당정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주 3회 최고위원회를 열어 민생 현안을 점검하고..."
이해찬 대표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당 대표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쭉 나열하면서 나온 한 토막이다.
물론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회의만 챙긴 것은 아니다. 그보다 한 일들은 더 많다. 대표적인 게 첨여정부의 트라우마였던 부동산 정책이다.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종합부동산세 강화, 공급 확대 정책을 언급하면서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잠잠해졌다.
지지층간 분란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당의 내홍을 잠재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이 상당히 안정된 분위기다.
참여정부에서 교육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7선의 경험이 위기 관리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이슈에서는 수세로 몰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는 모양새다.
청와대에서 강한 의지를 비친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등에서 현실 수용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어 일부 속도조절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학자적인 시각이 반영되다보니 이론에 치우친 면도 있었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여당의 역할이 너무 미미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 여당에서 이렇다 할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 말대로 열심히 당정협의를 하고 내용도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각 부처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해서 내놔도 될 만한 내용들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카드수수료율 인하, 편의점 출점 제한, 쌀 목표 가격 상향 조정,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이 다 그렇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의미없는 정책은 없겠지만, 이런 의제만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느끼기는 힘들다.
당 안팎에서 경제 분야에서 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김진표 의원, 이용섭 광주시장, 강봉균 전 의원 처럼 경제를 크게 보고 그림을 그릴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당에 경제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면서 "야당시절 진보 아젠다를 주로 던지다보니 관료 출신을 영입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경제분야에서 어떻게 당이 대처하느냐는 가깝게는 정국 주도권, 멀게는 내후년 총선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선거제도 역시 민주당이 말바꾸기 논란을 자초하면서 예산정국에서 난맥상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뒤늦게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제로 선회했지만 야3당의 공세는 계속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탈원전 문제도 여권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탈원전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이슈였을 뿐아니라,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를 놓고 공방이 이뤄졌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탈원전하면서 수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의하자 홍 후보자는 "병립이 가능하다"면서 "많은 선진국들이 같이 하고 있다. 탈원전을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하는데 60년 즉 두 세대를 걸쳐 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많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탈원전은 당장 전력 수급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금방 이뤄질 성질이 아니지만, 이에 대한 여권은 여론전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실제 원전이 줄어들면 전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야당은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여당 관계자도 "탈원전 문제는 정권이 바뀐 이후에 본격화할 장기과제"라면서 "줄어든 원전만큼 신생에너지로 대체할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국민 홍보가 부족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크게 논란이 될 상황이 아닌데 야당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토로다.
한국당이 원내대표 경선과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뒤숭숭한 가운데 오히려 여당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반면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데도 한국당은 2년여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가랑비에 옷젖듯 서서히 빠지는 지지율이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 의제'에 올인 하는 청와대와 이슈 경쟁에서 잠잠한 여당.
여권 스스로가 야당에게 공간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허나 여권에선 당장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실제 총선 국면에 가면 상황이 달리 질 것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민심이 실제 그렇게 움직일까.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