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지역 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 현장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4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에 이어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온천수 관로가 터지면서 땅 속 배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파열 원인으로 낡은 배관이 지목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20년 이상 된 노후 배관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토목 전문가들은 노후 관로의 점검보다 관로가 묻혀 있는 지역의 지질 조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쯤 고양시 백석동 1538번지에 매설된 열수송관이 파열되면서 고온의 물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1명이 숨지고 41명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파열된 850㎜ 열수송관은 1991년 매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27년 된 낡은 배관의 용접 부위가 녹슬어 엄청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현장을 확인한 고양시 관계자는 "배관의 용접 부분이 오래돼 녹이 슬어 관로 내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관계자도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장기간 사용한 열수송관이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다음인 5일 오전 9시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모 호텔 옆에서 56℃에 이르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와 도로 일부가 물에 잠겼다.
조사 결과 이날 사고는 땅속에 매설된 온천수 관로가 부식으로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처럼 땅 속 기반시설이 낡아 사고로 이어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된 열수송관이 깔려 있는 일산·중동·산본·평촌·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가 파악하고 있는 2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는 전체 32%인 686㎞에 이른다. 15~20년 된 관로는 322㎞(15%), 10~15년은 관로는 359㎞(16%), 10년 미만은 797㎞(37%)를 차지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오래된 열수송관은 연결고리 관련 공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점검을 벌여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토목 전문가들은 관로 점검 보다 관로가 묻혀 있는 지역의 지질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백석역 주변은 흙이 많이 쌓인 지역으로 지하수가 내려가면 흙이 침하되고 그 주변에 관로가 있으면 당연히 끌려가게 돼있다"면서 "지질이 나쁜 지역에 무계획적인 건물 공사로 인한 침하 작용으로 온수관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후 관로의 점검과 교체 보다는 지질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원인이 밝혀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지질의 특성에 맞는 공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고, 자치단체에서도 지반의 특성을 고려해 공법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지역난방공사 온수관이 파열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고립된 카니발 차량에서 송모(67)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고태현 기자)
한편, 고양 백석동 열수송관 파열 사고로 송모(67)씨가 고립된 차량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고, 4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또 일산동구 백석동과 마두동 일대 아파트 단지 2,861세대와 상가 17곳에 난방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특히 숨진 송씨는 결혼을 앞둔 둘째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백석역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 도중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