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ㆍ최고위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일 잇따라 '조국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전날 조응천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 민정수석의 사표를 요구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조 수석의 경질론과 관련해 "야당에서 조 수석에 대한 문책이나 경질을 요구하는데, 그건 야당의 정치적 행위"라며 "실제로 파악한 바로는 이번 사안과 (조 수석은) 연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경중을 판별해야 한다. 이번 사안의 크기는 큰 사안이 아니"라며 "우리 당에서도 선거법 위반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조 수석 편을 들었다.
SNS상에서도 조 수석을 응원하는 의원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 수석 책임론은 대통령 흔들기"라며 "조 수석을 낙마시키면 청와대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조 수석을 흔들지 말자"며 "최근 문제를 계기로 추후 더 단호한 검증.단속으로 기강을 강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심 없고, 실력 있고, 대통령이 신뢰하고, 검찰과 사법개혁을 주도할 중요한 인물이라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조 수석도 끝까지 대통령 곁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인용하며 "조 수석, 지금 곳곳에서 흔들고 있지만 이겨내고 개혁의 꽃을 피우기 바란다"고 했다.
당 대표부터 여러 의원들까지 나서서 '조 수석 구명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 가운데 조 수석이 혹여나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조응천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이제는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여겨진다"며 "먼저 사의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 공식적으로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자, 황급히 당에서 수습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권에서는 조 수석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는 드물게 교수 출신인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권력기관 개혁에 관한 정책에 관여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또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해 찬조 연설에 나서는 등 문 대통령과 꾸준한 인연을 가져온 인물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조 수석 지키기에 나서면서 일단 조 수석 경질론이 집안 내부에서는 더 이상 분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위 의혹을 받는 김 모씨에 대한 추가 비위 의혹이 제기되거나 비위 의혹이 윗선으로 번질 경우에는 가뜩이나 경제 문제 등으로 수세에몰린 여권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조응천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이스북에 쓴 의견에 아직도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변할 것 같으면 올리면 안 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