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해 11월 30일 이후 꼭 1년만이다. 지난 해에는 6년 5개월만의 인상이었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다.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대체로 예견했던 결과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국내 채권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79%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주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지난달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눈에 띄게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고, 앞서 직전에 열린 10월 금통위에선 금리인상 소수 의견이 8월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다른 금통위원 2명도 10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자면서도 금융불균형 누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 금통위내 매파적인 색채가 강화된 터였다.
일각에선 경기하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이 누증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514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6.7%로 7분기 연속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소득증가율(작년 말 기준 가계총처분가능소득증가율 4.5%)을 웃돌고 있어 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 폭등이 진정되긴 했지만 저금리기조 장기화로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 요인이다.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국토부장관 등은 한은에 금리인상을 압박해 왔었다.
내년도 경기전망이 더 어두운 상황에서 통화정책 여력을 조금이라도 확보해놓지 않을 경우 경기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올들어 끊임없이 제기돼온 금리인상 실기론의 주요 논거이기도 하다.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까지 확대된 점도 한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연준이 다음달 예정대로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동결하면 기준금리 역전폭은 상단이 1%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미 지난달 외국인 주식자금이 대규모 이탈한 상황이라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과 맞물리면 외국인 자본의 대거 유출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사실 11월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내년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맞춰 잇따라 인상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미 연준이 내년에도 세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경기는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고 1.7%로 전망한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폭은 1.50%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의 바로 밑에 있다"며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여지가 많지 않음을 시사해 한은으로선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내년 한 두차례로 줄어들 경우 금리인상 압박은 당초보다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