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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과 주윤발…과거 우상 재소환한 '갈증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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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례적 장기흥행
8천억 전재산 기부 약속한 홍콩스타 주윤발 회자
"당대 비주류 영웅들 소환… 40, 50년전 결핍 재현"
"사회 변화 소망 잃으면 혐오범죄 등 개인 일탈↑"
"뉴트로 동력, 감성 넘어 인문학적 이성 작동해야"

록밴드 퀸을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왼쪽)와 주윤발 주연 '영웅본색' 포스터(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조이앤시네마 제공)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밴드 퀸과 홍콩배우 주윤발이 현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 의해 다시 불려 나왔다. 수십년 전 닫힌 시대를 살면서 갈구했던 당대 청년들의 가치가 우리 시대의 갈증으로 다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프레디 머큐리를 위시한 그룹 퀸의 생을 다룬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날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면서 한 달 동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날 초 배우 주윤발(63)은 현지 언론을 통해 전 재산 8100억여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소식이 재차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한 그는 "돈은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론으로 갈채를 받아 왔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70년대, 80년대 퀸이나 주윤발이 유행했던 데는 그 시대 젊은이들을 채워주지 못했던 정치·사회·경제적인 결핍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거꾸로 봤을 때 40년, 50년 뒤인 현재의 한국 사회 젊은이들 역시 그러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레디 머큐리 등 퀸의 멤버나 주윤발은 당대 비주류였다"며 "주윤발 시대의 한국과 홍콩이 닫힌 사회였던 만큼 주윤발이나 프레디 머큐리 같이 인생에서 승리하지 못할 조건이지만, 그것을 뚫고 나아가려 했던 영웅적 인물을 그리워하는 갈증이 지금 시대에도 반복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동진은 주윤발로 대표되는 홍콩 누아르 장르가 80년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으로 "전통·구시대와의 절연"을 꼽았다.

"갱스터, 그러니까 범죄집단이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던 당시 한국 사회에서 그것을 영화적으로 유연하게 풀어냄으로써, 젊은이들이 구시대 유물과 절연하려는 태도를 의욕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했고, 그러한 인식이 문화적으로 내재화됐다"는 이야기다.

◇ "사회 모순 해결 소명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영웅적 인물들"

영화 '영웅본색' 스틸컷(사진=조이앤시네마 제공)

 

그 연장선상에서 대중이 주윤발이라는 유명인의 전 재산 기부에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우리 대다수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살기 쉬운데,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이 돈을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돈에 대한 그러한 열등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게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은 돈 때문에 괴롭고 서러움을 당하지만,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며 "이러한 미담은 우리가 뉴스에서 수없이 접하고 있는, 부자이면서도 인색한 사람들을 꾸짖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상적인 지도자·리더를 바라는 대중의 심리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뉴트로'(Newtro)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복고주의를 뜻하는 레트로(Retro)에 동시대성을 담아 새롭게 해석한다는 의미로 뉴(New)를 붙인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성수는 "뉴트로는 과거와 현재를 소통시키려는 현상으로 사회가 격변하는 시기에 두드러진다"며 "과거에 늘 있었던 법칙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현재 자신의 선택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퀸이나 주윤발 열풍은 뉴트로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사회 변화 흐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오동진은 "과거 청년세대가 독재 정치권력에 전선을 집중했던 것과 달리, 결핍을 해소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지금에는 그러한 심리적 표출이 이른바 사회적 약자 등을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최명기 소장 역시 "특정 사회 체제가 존재하는 한 그 안에서는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이 있기 마련인데, 영웅적 인물들은 그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소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준다"며 "(공통의 가치관과 의미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아노미 상태를 가정했을 때 사회 변화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릴 경우 범죄와 같은 개인 일탈 행동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동진은 "(복고주의에 지금의 시대정신을 부여한) 뉴트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감성적 호응을 넘어 인문학에 바탕을 둔 이성적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변화무쌍한 행동이 사회 변화 동력으로 작동하려면 결국 중간 기제로서 이러한 이성의 기능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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