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재미 교민들은 지난 7일 SNS에 조 전 사령관이 캘리포니아 인근 지역에서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고는 관련 주소를 밝히며 조 전 사령관의 행방찾기에 나섰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잠적해 있는 미국에 그의 친형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사령관이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도피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의 뒤를 쫓아온 군검합동수사단(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일가의 거주지 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 교민들에 따르면 조 전 기무사령관의 형인 조 모 씨는 미국 시카고 인근에서 지난 6월까지 거주해왔다.
교민 A씨는 "조 씨의 얼굴이 조 전 사령관과 판박이 인데다가 평소 극우 언행을 자주 해 온 점 등 때문에 그가 조현천의 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소문의 진원지와 그가 조 전 사령관의 형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조 씨는 해당 지역의 모 한인 교회에서 27년 간 목사로 활동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회측은 "지난 6월 3일 은퇴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가 조현천의 형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관계는 다른 자료를 통해 증명됐다.
조 씨가 지난 2012년 4월 22일 분당 제일교회에서 간증을 한 내용을 통해서다.
분당 제일교회 홈페이지 '설교말씀'란에는 조 씨의 간증 내용이 그 달 27일자 이 교회 담임목사 설교에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2012년 4월 29일에 올라온 '설교말씀'란을 보면 조 목사의 행적이 담겨 있다. (사진=분당제일교회 홈페이지 캡처)
해당 설교에 따르면 조 씨는 경상북도 예천 지보면에서 어린 시절 남매 9명과 함께 보냈으며 바로 아래 동생이 8사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조 씨의 말처럼 그의 동생인 조현천 전 사령관은 예천 지보면에서 출생했으며 8사단장도 역임했다. 특히 사단장 재임 시기가 2011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로 조 씨가 간증한 2012년 4월과 정확히 일치한다.
두 사람간의 형제 관계가 명확해진 것이다.
조 씨는 지난 6월 시카고 한인 교회 담임 목사에서 퇴임한 이후, 여전히 교회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 관계자는 조 씨의 거주지를 묻는 기자의 국제전화 질문에 연락처를 남기면 알려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 씨의 거주지와 관련해 교민 A씨는 시카고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자도 파악할 수 있는 조 전 사령관의 의심 거주지를 수사기관인 합수단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전 사령관의 형인 조 모 목사는 시카고 인근 주변에 위치한 한 한인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있었다 (사진=구글 캡처)
합수단은 지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 "2017년 12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행방이 묘연하다"며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조 전 사령관의 자진 귀국을 설득해 왔다"고만 밝혔다.
어느 가족을 통해 귀국을 설득했냐는 기자의 별도 질문에 대해 합수단 노만석 단장은 "아내와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사는 그의 형에게는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설득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라고 했다.
다만 "그의 형이 목사로 활동중이라는 이야기는 국방위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해당 첩보를 접수만 했을 뿐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 공동 수사단장인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 두 번째)과 전익수 공군대령(왼쪽 세 번째)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 9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신병확보를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 요청과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 대해 노 단장은 "(전해들은 소식들이) 사실이라고 한들 수사관을 미국에 보내서 (조 전 사령관을) 잡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단장은 "수사는 비례성, 필요성, 그리고 (수사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해야한다"며 "(막상) 찾아 헤집고 다니다가 우연히 (조 전 기무사령관을) 만났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수사기관이 어디까지 하란 말이냐"고 되레 역정을 내기까지 했다.
한편, 합수단은 지난 7월 군 검사 8명, 민간 검사 7명, 수사관 12명 등 총 37명으로 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해왔다.
동아일보는 8일 조 전 사령관이 최근 주변에 "살아서는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 전 사령관 부모의 묘소도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