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여야가 극명한 인식차를 보이며 평행선을 그려왔던 '경제·안보'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선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두고 협치의 첫 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2시간40분 가량 이어진 이날 만남은 회의와 오찬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회의 시작 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간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고리로 자신이 꾸준히 비판해 온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을 사전환담장에서 만나자 등을 두드리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촬영 전 일렬로 서 있는 원내대표들을 향해 "편안히 계시라"며 분위기를 녹였다.
그러나 접견실에서 공식 회의가 시작되자 야당의 비판적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며 "특히 요즘 경제와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를 비롯해 국제 정세가 아주 급변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기에 협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고 운을 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오늘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겠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직설'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 운영 기조가 너무 일방통행 수준"이라며 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국회 동의 없이 비준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대통령 정치에 함몰된 청와대 인사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며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정례회동을 중단시켜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발언이 나오자 메모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여야 간 '경제·안보' 인식차를 재확인했다.
공식회의 후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테이블엔 영조 시절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 처음 오른 음식으로 알려진 '탕평채'가 나왔다.
여야 이견으로 인해 첫 회의부터 합의문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오찬 직후 여야 원내대변인들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총 12개 항으로 구성된 상설협의체 첫 합의문을 번갈아가며 읽어내려갔다.
여기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여야가 서로 요구한 사안들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큰 틀에서 녹아든 셈이다.
이번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 회동 때 '정례화'하자고 합의하면서 열리게 됐다. 문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첫 출발이 아주 좋았다"며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씩은 모이는 걸 제도화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 논의할 게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는 게 내 뜻"이라고 밝힌 뒤 내년 2월 2차 협의회 개최가 합의문에 담겼는지 여부도 물으며 소통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